‘일관제철’ 동부 40년 꿈 쇳물로 흐르다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1일 충남 당진군 아산만 동부제철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로에서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 전극봉으로 불꽃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제공 동부제철
1일 충남 당진군 아산만 동부제철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로에서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 전극봉으로 불꽃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제공 동부제철
2011년 풀가동… 열연강판 年300만t 생산
김준기 회장 “울산 유화공장-부동산 팔겠다”

성하(盛夏)의 7월 첫날. 전국 대부분이 여름 날씨에 끓어올랐지만 충남 당진군 아산만은 유난히 열기가 더했다. 동부제철 아산만 공장 전기로(電氣爐)에서 끓어 나온 1650도의 쇳물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날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스위치를 누르자 전기로 전극봉에서 굉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조금 전까지 고철 덩어리였던 쇳물은 몇 분 뒤 붉은빛 슬래브로 모습을 바꾸고 레일 위에 펼쳐졌다. 열연강판이 생산되는 순간이었다.

○ 세계 최대 단일 전기로 제철 공장

1970년대 초반 합금철 사업으로 철강업에 뛰어든 동부그룹은 1일 ‘40년 숙원 사업’인 쇳물 생산에 들어갔다. 동부제철은 이날 김준기 회장과 임직원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연강판 생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동부제철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3번째로 쇳물을 녹여 열연강판을 생산해 냉연강판까지 만드는 ‘일관제철 회사’가 됐다. 냉연강판은 열연강판을 가공해 만든다.

동부제철은 2007년 11월부터 모두 87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300만 t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단일 전기로 제철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이 동부제철의 설명이다. 기존 최대 규모의 단일 전기로 공장은 미국 뉴코어의 버클리 공장(연산 250만 t)이다. 19.5개월이 걸린 공사 기간도 세계 최단이다.

동부제철이 생산하는 열연강판은 포스코처럼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高爐)에서 반응시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고철(철 스크랩)을 녹여 만드는 것이다. 동부제철은 “별도의 제선공정과 제강공정이 필요한 고로 제철에 비해 고철을 녹여 열연강판을 만들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품질 면에서는 고로에서 생산한 제품에 비해 일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동부제철은 “전기로 제철은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과 분진 발생량이 적은 친환경 제철 산업”이라며 “특히 이번에 건설된 전기로 제철 공장은 에너지 소비량이 고로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동부제철은 올해 말까지 60만 t의 열연강판을 생산하고 내년에는 생산량을 250만 t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어 2011년부터는 연간 300만 t을 생산하는 ‘풀가동’ 체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광희 동부제철 사장은 “300만 t 생산체제가 되면 동부제철의 영업이익률이 12.5%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김준기 회장, 구조조정 계획 밝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65)은 이날 동부하이텍의 울산 유화공장과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방안 등을 밝혔다. 동부메탈을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사모펀드(PEF)에 매각한 뒤 여건이 개선되면 되사올 것이라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유화공장과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반도체 부문의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이 최근 금융권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 기업으로 지목된 데 대해 김 회장은 “기업은 항상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해 가는 것”이라며 “지난해만 해도 우리 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해 4000억∼5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회장은 “금융도 민간 중심이어야 하는데 아직 관치금융인 듯한 느낌”이라며 “한국은 공무원의 나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무원은 문제가 생기면 대안을 만드는 사람이고 기업인은 위기에 미리 대처하는 사람이니 기업인을 믿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당진=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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