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쇠고기 라이벌은 한우 아닌 미국산”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호주 농축산 업계 “한국과 FTA 체결 고대”
濠외교부 “양국교역 서비스분야로 확대 희망”

#사례 1. 지난달 26일 와인 농가가 모여 있는 호주 뉴캐슬 인근의 헌터밸리 지역. 6월의 서늘한 겨울 날씨에 포도밭은 썰렁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와인 시음장에는 헌터밸리의 와인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와인 농가 관계자들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한국에서 호주산 와인 판매량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한-호주 FTA가 하루바삐 체결돼 호주산 와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와인 수입액 중 호주산의 비중은 7%로 2003년 이후 정체돼 있다.

#사례 2.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얀코 지역에 있는 록데일비프는 약 2000ha의 토지에 육우 사육장과 사료공장, 쇠고기 가공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대형 축산회사다. 이 회사의 지분 100%를 일본 기업이 갖고 있다. 이토햄과 미쓰비시는 일본 내 쇠고기 수요를 충당하면서 수출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1989년 합작투자로 이 회사를 세웠다. 지난달 23일 록데일비프를 찾았을 때도 일본 한국 미국 등으로 보낼 쇠고기를 실은 컨테이너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록데일비프 관계자는 “한-호주 FTA가 한미 FTA 수준으로 체결돼 한국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와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호주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5월 말 시작된 뒤 FTA를 대(對)한국 수출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호주 축산업계 및 와인 농가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호주인들 사이에서는 일본 기업이 투자한 록데일비프의 사례처럼 FTA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대호주 농업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호주 외교통상부의 FTA 태스크포스팀은 지난달 22일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그동안 양국 간 교역은 주로 에너지·광물 자원에 집중돼 왔으나 앞으로 농업뿐 아니라 서비스, 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구하는 포괄적 협상을 맺어 교역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가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양국 간 FTA 협상 타결에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호주산 쇠고기의 시장점유율은 64.7%로 1위였고, 치즈 분유 버터 등 낙농품도 16.9%로 3위에 올랐을 정도로 경쟁력이 높은 편. 여기에 양국 간 FTA가 체결돼 관세가 낮아지면 한국 시장에서 호주 농산물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통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농산물을 민감 품목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호주 정부도 농산물 관련 협상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잰 애덤스 호주 FTA 태스크포스팀장은 “FTA가 발효되더라도 호주산 쇠고기의 경쟁상대는 한우가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호주의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 때문에 쌀 재배면적이 갈수록 줄고 있어 FTA가 발효되더라도 한국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호주 FTA 1차 협상은 5월 19∼22일 캔버라에서 열렸으며 9월경 서울에서 2차 협상이, 연말에 호주에서 3차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양국은 품목 수 기준으로 90% 이상의 관세장벽을 철폐하는 내용의 포괄적 FTA를 맺을 방침이다.

취재 지원=한국언론재단

캔버라=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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