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탁자금 20%, 고위험 상품에 투자”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美 메릴린치 투자로 대규모 손실냈던 한국투자공사
손실만회 위해 전략수정
헤지펀드 등에 맡기기로

국부(國富) 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부담을 감수하고 ‘고위험 고수익’ 분야에 정부 위탁자금의 20%를 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미국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입은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투자전략을 공격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KIC는 최근 이런 내용의 ‘포트폴리오 조정방안’을 마련해 7월 초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와 구체적인 투자분야를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KIC 운용자금 248억 달러는 재정부가 관리하는 외국환평형기금 78억 달러와 한국은행의 보유 외환 170억 달러로 구성돼 있다. 7월부터 연말까지 외평기금에서 50억 달러가 순차적으로 KIC에 입금되면 KIC의 총운용규모는 298억 달러로 늘어난다.

포트폴리오 조정방안에 따르면 KIC는 외평기금에서 유입된 자금의 투자비중을 현행 ‘채권 60%, 주식 40%’에서 ‘채권 40%, 주식 40%, 대체투자 20%’로 바꾼다. 대체투자는 증권이 아닌 고위험 고수익 분야에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헤지펀드 △사모펀드 △원자재, 원유 등으로 구성된 상품지수 △부동산이 대상이다. 세계 4위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같은 대형펀드에 자금을 맡기거나 ‘S&P 골드만삭스 상품지수’를 구성하는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금까지 KIC에 위탁된 외평기금 가운데 메릴린치 투자분을 제외한 모든 자금은 환금성이 높은 유가증권에만 투자돼 외환보유액으로 분류됐지만 헤지펀드나 부동산 등에 투자되는 자금은 오랜 기간 회수가 어려워 외환보유액 집계에서 빠진다. 재정부 관계자는 “자금운용의 기본원칙은 여전히 안정성이지만 경기회복 국면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KIC에 맡긴 170억 달러는 앞으로도 유가증권 투자에만 사용돼 외환보유액에 포함된다.

KIC는 7월에 먼저 들어오는 외평기금 30억 달러 중 10억 달러를 대체투자에 넣은 뒤 시장상황을 감안해 대체투자 비중을 20%까지 늘릴 예정이다. 연말에 외평기금 운용액이 128억 달러로 늘어나면 대체투자 운용규모는 25억 달러 정도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 투자전략도 수정해 채권 분야에선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는 대신 회사채를 편입하고, 주식 분야에선 신흥시장 투자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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