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나오면 안돼” 2루수 “뚱뚱하면 어때” 3루수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 프로야구 포지션별 몸무게의 비밀
핫코너인 3루수 예상외 거구 많아
움직임 적은 포수-1루수는 ‘헤비급’
날렵한 2루수-유격수는 76~77㎏대

야구장에 처음 오거나 야구 규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일단 선수들의 모습과 동작을 살핀다. 선수들의 유니폼은 긴팔에 긴 바지가 기본. 맨살이 드러나는 건 얼굴밖에 없지만 착 달라붙는 유니폼 덕분에 많은 팬이 선수들의 건강미를 감상한다. 특히 터질 것 같은 허벅지와 탄탄한 다리 근육은 절로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구장에선 배가 볼록 나온 선수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야구는 ‘뚱뚱해도 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 중 하나’라고들 말한다. 물론 여기에도 포지션별 특징이 있다. 뚱뚱해도 되는 포지션이 있는가 하면 ‘살은 곧 적’이 되는 포지션도 있다.

8개 구단 주전 선수들의 포지션별 키와 몸무게를 비교해봤다. 대상은 올스타 후보로 각 구단이 추천한 포지션별 1명씩. 조사 결과 지명타자의 평균 체중이 93.8kg으로 가장 무거웠다. 수비를 하지 않는 포지션으로 힘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뒤를 이은 건 포수와 1루수다. 둘 모두 평균 체중 91.3kg으로 무거운 포지션으로 조사됐다. 올해 등록 선수 중 최중량인 두산 최준석(117kg)이 지명타자 평균을 크게 올렸음을 감안한다면 포수와 1루수 모두 지명타자 못지않은 거구들의 경연장이라 할 수 있다. 움직임이 많지 않고 투수나 내야수의 공을 받는 게 주된 역할인 게 이유이다.

눈에 띄는 건 핫코너를 지키는 3루수가 포수나 1루수와 비슷하게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중량급 3루수인 롯데 이대호는 100kg, 두산 김동주는 98kg으로 한국야구위원회 인명사전에 등록돼 있지만 이를 믿는 팬은 아무도 없다.

같은 내야수이지만 2루수(76.1kg), 유격수(77.9kg)는 최경량급 포지션으로 나타났다. 2루수, 유격수는 도루 견제, 더블 플레이, 역모션 등 빠른 순간에 이뤄져야 하는 동작들을 소화해야 한다. 결국 날렵한 선수들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두 포지션의 평균 키도 2루수 178.6cm, 유격수 179.6cm로 작다. 반면 3루수는 타구는 강하게 날아오지만 상대적으로 빠른 동작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감독들이 같은 조건이면 빠르고 수비 실력이 나은 선수를 3루수가 아닌 2루수나 유격수로 기용하기 때문에 3루수는 힘 있고 타격이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야수 중에서는 중견수가 가장 가벼운 편이다. 좌익수나 우익수에 비해 행동반경이 넓은 중견수는 수비할 때 가장 긴 거리를 뛴다. 두산 이종욱(77kg)과 LG 이대형(78kg)을 떠올리면 쉽다. 좌익수나 우익수는 홈까지 거리가 중견수에 비해 길기 때문에 어깨가 좋은 선수가 환영받는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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