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라이선스 덫 걸린 피에르 가르뎅, 영광 어디로…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계약남발로 과거 명성 잃어
中기업과 브랜드 매각 협상

‘프랑스 패션의 전설’로 불리는 피에르 가르뎅은 1922년 7월 7일이 생일입니다. 올해 87세 생일을 눈앞에 둔 그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었기에 ‘피에르 가르뎅’을 팔고 싶다”며 “현재 접촉하는 중국 회사 두 곳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보조 디자이너로 시작해 1950년 ‘피에르 가르뎅’을 세운 그는 1954년 세계 패션 역사에 길이 남을, 엉덩이를 부풀린 미래주의 스타일의 ‘버블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패션업계의 혁명이라는 라이선싱을 확대해 맞춤복을 입을 여유가 없던 당시 중산층을 매료시켰죠. 그런 그가 자신이 세워 평생 일군 브랜드를 팔겠다고 합니다.

하긴 ‘피에르 가르뎅’ 브랜드는 과거의 반짝이던 광채를 잃었습니다. 140개국에 800여 개 라이선스를 남발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치명적인 라이선스의 유혹’이라고나 할까요.

국내에도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구두, 모자, 타월, 양말 등 18개 피에르 가르뎅 라이선스 브랜드가 있습니다. 대개 중가 정도로 매출도 중하위권을 맴돕니다. 이 브랜드의 아동복 라이선스가 있는 ‘광원어패럴’은 법정관리 상태입니다. 캐주얼 라이선스를 했던 ‘국동’은 올 2월 고별전을 했습니다. 그러니 피에르 가르뎅 영문 로고가 적힌 양말을 신으면서 자부심을 느낄 소비자가 몇이나 될까요.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라이선스 남발은 연예인이 좀 ‘떴다’고 여기저기 오락프로에 출연해 스타 브랜드 관리에 실패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합니다.

피에르 가르뎅이 중국 회사들과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합니다. 프랑스 ‘랑방’과 미국 ‘마이클 코어스’ 등의 패션 브랜드들을 중국계가 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싼 노동력으로 섬유산업을 키웠던 중국이 ‘명품 강국’으로 변신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션업계의 중심축은 ‘나일론(NYLON·뉴욕과 런던)’에서 ‘샹콩(SHANGKONG·상하이와 홍콩)’으로 빠르게 이동 중입니다. 라이선스의 유혹의 덫에 걸렸지만 그래도 패션 노장인 피에르 가르뎅이 다가올 생일을 맞아 중국을 브랜드 부흥의 땅으로 지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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