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따라 고속道따라 잠자던 집값 뜀박질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에 역세권 분양률-호가 치솟아
교통 전쟁 용인도 올 초보다 20% 올라 ‘고속도 효과’

“용인∼서울 고속도로 개통은 용인 주민들에게 교통혁명이나 마찬가지입니다.”(정모 씨·30·경기 용인시 수지구)

“경의선 역 주변 아파트 매도자들은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어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습니다.”(경기 파주시 금촌동의 공인중개업소 사장)

1일 경의선 복선전철과 용인∼서울 고속도로 등 수도권과 서울을 잇는 교통망이 개통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경기 서북부 지역은 서울에 비해 쾌적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도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이 일대 주민들은 전철 개통으로 교통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인구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 ‘미운 오리새끼’에서 역세권 아파트로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서울 출퇴근이 한 시간 이내로 가능해진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와 덕이지구 일대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는 최근 이동식 중개업소(일명 떴다방)가 등장했다. 미분양 아파트로 골치를 앓던 이곳에 ‘경의선 효과’로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GS건설의 ‘식사자이’ 아파트는 올 초만 해도 계약금을 분양가의 5%로 하고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을 준다고 홍보했지만 분양률이 50%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단지에서 2.5km 떨어진 곳에 경의선 풍산역이 생기자 분양률이 95%까지 치솟았다. 층과 향이 좋은 분양권은 웃돈(프리미엄)도 붙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2월 양도소득세 감면 발표 이후 일주일에 2, 3건 정도이던 분양권 전매가 경의선 개통이 임박한 5월 말부터는 일주일에 10건 정도로 늘었다”며 “좋은 층은 4000만∼5000만 원, 일반 층은 1000만∼2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어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 금촌지구, 고양시 일산 후곡마을 등 기존 아파트의 호가도 상승 추세다. 경의선 금릉역과 가까운 주공 4, 7단지 85m²는 1, 2주 사이 2억3500만 원에서 2억8000만 원까지 뛰었다. 금촌동 뉴파주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 5월까지 간간이 나오던 급매물도 더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공인중개사 서금석 사장은 “수색, 불광동 쪽에서도 수요자들이 찾아오지만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일대에 아파트 공급을 미뤄온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계획을 서둘러 잡고 있다. 두산건설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올 하반기 2700채 규모의 주상복합을 공급하고, 롯데건설은 파주 운정신도시 16블록에 아파트 2190채를 분양하기로 했다.

○ 용인에서 강남까지 15∼30분 거리로 단축

용인 일대 집값도 용인∼서울 고속도로 개통 효과로 들썩이고 있다. 한때 버블세븐에 속했던 용인은 지난해 말 고점 대비 50%까지 가격이 내린 ‘반값 아파트’가 속출했다. 특히 대규모 단지에 도로 시설이 부족해 출퇴근 때마다 교통난에 시달리는 등 대표적인 난개발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용인∼서울 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강남까지 15∼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이 일대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3m²당 900만 원까지 곤두박질쳤던 용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6월 들어 3.3m²당 1065만 원으로 회복했고 일부 단지는 1300만 원을 넘어섰다. 수지구 신봉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봉자이 2차 109m²가 보름 새 3억 원 초반에서 4억2000만∼4억3000만 원으로 오르는 등 전 단지 가격이 올 초보다 2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수지구 상현동의 아이파크공인중개소 김영미 사장은 “며칠 전 계약서를 쓰러 나온 매도자가 그 자리에서 가격을 5000만 원 올려 매수자가 그냥 돌아갔다”며 “고속도로 개통 전에 매물의 90%가 회수되고 매도자들이 호가를 올려 거래는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현재 가격은 이미 도로와 전철 개통에 대한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며 “값이 오른 아파트를 무리하게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미분양 아파트 등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 단지를 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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