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들으면 질병 보여요”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감기 콧물등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가 검사를 받고 있다. 아이들은 표현을 잘 하지 못해 자칫 질환을 놓칠 수 있으므로 평소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감기 콧물등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가 검사를 받고 있다. 아이들은 표현을 잘 하지 못해 자칫 질환을 놓칠 수 있으므로 평소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주부 김모 씨(32·서울 서대문구 연희동)는 다섯 살 된 아들이 잠잘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가벼운 환절기 감기로 여기고 지나갔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이 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잠을 뒤척이자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검사 결과 아들이 천식이라는 진단을 받자 김 씨는 적잖게 당황했다. 아이는 몸이 아파도 증상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가면 질병이 상당히 진행한 경우가 많다. 조금만 살펴보면 자녀가 내는 소리를 통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

■천식증세 ‘쌕쌕’

밤-새벽에 심하고 가래동반

○ 천식, 비염과 동반 많아

흔히 ‘천명음’으로 불리는 쌕쌕거리는 소리는 천식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 어린이 천식은 잘만 관리하면 보통 아이처럼 일상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지만 조기에 치료되지 않으면 성인 천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아이가 △밤이나 새벽에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호흡이 빨라지고 가래가 끓거나 △오랫동안 운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답답함을 호소하면 소아청소년과와 호흡기 전문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은 기도에 생기는 하나의 형제 질환으로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는 두 질병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치료는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알레르겐)을 밝혀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다. 적절한 약물 치료도 병행한다. 천식 치료제에는 흡입제와 먹는 약물이 있다. 흡입제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소아용으로 나온 먹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두 가지 질병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약물로 류코트리엔 길항제도 시중에 나와 있다.

■편도샘 비대 ‘드르렁드르렁’

스트레스-비염 등 원인 다양

○ 편도샘 비대, 소아의 30%가 증세

잠자는 아이가 드르렁거리며 코를 고는 증상이 지속되면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아이 코골이의 원인은 스트레스부터 비염까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아데노이드 비대’ 증상. 아데노이드는 편도샘의 일종으로 코와 목 사이에 있어 호흡기의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여기에 염증이 생겨 붓는 아데노이드 비대는 소아의 3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아데노이드는 3∼5세 때 가장 크다 점차 작아져 7세 이후에는 거의 없어진다. 만일 아데노이드가 성장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커진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오래 지속되면 △입을 벌리고 자거나 △치아 부정교합이 생기거나 △얼굴 폭이 좁고 길어질 수 있다. 대개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자주 재발되고 증세가 심하며 합병증이 생겼을 때는 수술을 해야 한다.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면서 콧소리가 심한 사람은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후두염증 ‘컹컹’

낮엔 없다가 밤에 증세 심해

○ 후두염증, 호흡곤란-고열 올수도

개가 짖는 것처럼 컹컹 소리를 내는 기침은 후두나 성대에 염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목이 아파서 기침을 제대로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낮에 잘 놀다가 밤에 갑자기 심해진다.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컹컹거리고 숨을 들이쉴 때 꺽꺽거리면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 목이 갑자기 완전히 쉬고 고열이 동반될 수도 있다.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은 주로 3세 미만의 소아에게서 생긴다. 고열은 없지만 목소리가 변하고 호흡곤란이 온다. 소아 질병 중에 응급질환에 속하는 질환 중 하나다. 또 3세 이상의 소아에게서 고열, 호흡곤란의 증세로 나타나는 경우가 급성 후두개염이다.

일단 후두염 증상이 나타나면 가습기를 머리맡에 두고 지속적으로 강하게 틀어준다. 가습기를 틀어주는데도 컹컹거리는 기침이 심하고 호흡곤란으로 보채면 빨리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염색체 질환 ‘야옹야옹’

5번 염색체 결손 돌연변이

○ 염색체 질환, 저체중-처진 귀 등 특징

갓 태어난 아기가 고양이 울음과 비슷한 가늘고 높은 소리를 낸다면 ‘묘성(猫聲) 증후군’일 수 있다. 묘성증후군은 신생아 1만5000∼5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대부분 5번 염색체의 결손으로 생기는 염색체 이상 질환이다. 묘성증후군의 85∼90%는 부모가 정상인데도 나타나는 돌연변이인 데다 사망률이 1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출생 시 저체중, 둥글고 납작한 얼굴, 두 눈 사이가 먼 것, 눈구석 주름, 작은 턱, 비정상적인 지문, 아래로 처진 눈꺼풀 틈새, 아래로 향한 입가, 처진 귀, 근육긴장 저하, 사시, 빠는 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갓난아기가 엄마 젖을 빨고 삼키기 어려워하면 염색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염색체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타나도 분자유전학적인 검사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정신운동 지연과 같은 신경학적인 문제가 있으면 최대한 빨리 물리치료, 언어치료와 같은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도움말=신선희 한강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현주 아주대병원 유전질환전문센터 센터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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