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너진 경찰 기강 이대로 둘 수는 없다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지난해 봄부터 주말 새벽마다 인천공항고속도로에는 최고급 스포츠카를 비롯한 외제 차들이 몰려들었다. 의사 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포함된 이른바 폭주족(暴走族)들이다. 이들은 400m 구간에서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스피드게임인 이른바 드래그 레이스를 벌였다. 광란의 레이스는 자유로 서해대교 통일대교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벌어진 광란의 레이스는 경찰이 파악한 것만도 722차례나 된다. 주민들의 민원과 진정이 잇따랐지만 미친 질주는 8개월 동안 계속됐다. 경찰은 폭주족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은어를 사용하며 은밀하게 움직여 수사가 어려웠다고 해명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한꺼번에 구경꾼 차량까지 150여 대가 몰릴 정도였고 레이스를 위해 다른 차량의 통행을 막거나 교통신호까지 조작했는데도 몰랐다면 경찰의 무능력과 무사안일 탓이다.

15일 광주 금은방 3인조 강도 사건의 경우 출동한 경찰이 실탄까지 쏘며 범인들을 뒤쫓았지만 독안에 든 쥐 신세인 범인들을 두 차례나 놓쳤다. 범인들은 총에 맞아 타이어가 펑크 난 자동차를 몰고 유유히 달아났다.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는 유치장에 수감돼 있던 피의자 2명이 열린 유치장 출입문으로 버젓이 걸어 나갔지만 아무도 몰랐을 정도다.

최근 경찰의 기강 해이는 보통 심각한 상태가 아니다. 유흥업소 금품 수수, 안마시술소 유착 경찰관을 비롯해 근무시간에 성인오락실에서 정복 차림으로 강도짓을 한 경찰관과 요금 시비 때문에 택시기사를 폭행해 숨지게 한 경찰관까지 있었다. 경찰관 제복을 부끄럽게 만들고, 성실하게 일하는 다른 경찰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파렴치한 범죄다.

경찰청 홈페이지는 인사 불만과 조직의 무기력증에 대한 내부 비판에다 치안 정책에 대한 반발 등 수뇌부 성토장이 되고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바로 선 법질서와 안전한 사회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잇따라 터지는 경찰 비리와 기강 해이로 아무 말도 않은 것보다 못하게 됐다. 이런 경찰을 위해 국민이 계속 세금을 내야 하는지 분노가 치밀 정도다. 대한민국 경찰, 이대로는 정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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