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직원 130명 명의 이용해 급히 환전
檢, 노건호씨 소환 통보… 연철호씨 체포
안희정씨, 박연차 상품권 5000만원 받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이 2007년 6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100만 달러를 보낸 뒤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도와줘서 고맙다”는 답례인사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박 회장은 또 “돈을 보내기 전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100만 달러를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 본보 10일자 A1면 참조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와 골프장 직원 130여 명의 명의를 이용해 원화를 100만 달러로 환전했다. 1인당 1만 달러 이상을 환전할 경우 환전한 사람의 신상 명세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되는 것을 피하려는 목적이었다.
당시 박 회장은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을 청와대로 보내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1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전달했으며, 박 회장 자신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청와대에 출입한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 및 정황을 토대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100만 달러가 뇌물이라고 보고, 돈의 전달 과정에 관여한 정 전 비서관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공범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10일 오전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 APC의 자금 500만 달러를 송금받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자택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날 오전 체포했다. 검찰은 연 씨를 상대로 노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 송금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연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2007년 12월∼2008년 1월 연 씨와 함께 박 회장을 만나 500만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에게 소환 통보를 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LG전자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는 노 씨는 금명간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 씨가 연 씨와 함께 해외에 세운 한 투자회사에 박 회장에게서 송금받은 500만 달러의 일부가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도 수사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연 씨가 설립한 타나도인베스트먼트와는 다른 회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박 회장에게서 백화점 상품권 5000만 원어치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주 안 최고위원을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안 최고위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9월 박 회장에게서 태광실업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올해 2월 추 전 비서관의 통화기록 2520건을 확인한 결과 추 전 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친이(親李) 핵심인사인 정두언 의원과 각각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 전 비서관은 “이 의원의 보좌관을 통해 이 의원과 두 차례 통화를 해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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