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 글로벌 금융사들 속앓이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中 파산법 외국인 투자자 권리 보호 조항 없어

부도위기 기업들 확산… 자금회수 소송 줄이어

“중국에서 쪽박 차고 나오면 어쩌지….”

중국에 거액을 투자했던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중국 기업들이 경영난에 처하면서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 투자자는 턱없이 낮은 비율로라도 일단 투자금을 받아낸 뒤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잘나가던 중국에 경쟁적으로 돈을 쏟아 부었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크레딧스위스그룹, 시타델투자그룹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중국 철강회사 페로차이나에 빌려줬던 자금을 돌려받을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회수할 금액은 1억∼2억 달러에 이른다.

페로차이나는 철강가격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청산될 경우 외국 금융회사들이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거의 없다.

중국의 파산법은 기업 청산이나 구조조정 시 외국 투자자들의 채권자 권리에 대해 명확히 규정해 놓지 않았다. 새 파산법이 2007년에 발효된 이후 아직까지 문제가 불거진 적도 거의 없어 전례를 참고하기도 어렵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의 토니 스트링거 아태지역 기업채무 담당 대표는 “새 법이 어디까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시험해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4일 외국 투자자들에게 “중국의 채권 청산 순위와 구조를 주시하라”고 경고했다. 일부 중국기업은 지배구조에 문제가 많은 데다 국내 투자자들이 ‘빚잔치’의 우선순위를 요구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사례가 있다는 것.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시타델 등은 최근 페로차이나의 대출 상환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 변호사들을 잇달아 고용했다. 페로차이나는 현재 채권자들에게서 총규모가 48억2000만 위안에 이르는 206건의 소송에 걸려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중국기업 ‘아시아 알루미늄 홀딩스’의 해외 채권자들은 ‘바이백(buy back)’ 권리를 행사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원금의 25%밖에 돌려받지 못하지만 그나마 기업이 청산될 경우 받을 수 있는 4%보다는 낫다는 계산에서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개발업체에 많은 투자를 했던 헤지펀드들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중국 부동산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부동산 회사인 ‘네오차이나 랜드 그룹’이 향후 6개월 안에 디폴트(채무불이행)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달러로 발행되는 채권 규모도 급감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발행 채권은 전무한 상태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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