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프로젝트]폭풍-암흑 걷히니 희망의 돛이 펄럭

  • 입력 2009년 1월 1일 00시 11분


다윈 탄생 200돌-종의 기원 150돌

‘갈라파고스 프로젝트’ 동승 취재

《지난해 11월 25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장보고호의 선장 권영인(48·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지도상에 나타난 섬 위로 장보고호가 지나가는 모습이 포착된 것. “섬이 사라졌다!”

카리브 해의 연안국 바하마의 최북단 무인도 ‘샌드케이 섬’. 이 섬은 지도에 표기된 크기에 비해 5분의 1로 줄어들어 있었다. 권 박사는 “2004년 이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이 작은 섬들의 해안선을 바꿔놓은 듯하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카리브 해 지역에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상이변 등 기후 변화는 탐사에 나선 장보고호의 주요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다.》

450일 대장정 85일째… 카리브해 바하마제도 탐사

파도-굶주림에 죽음의 공포… “그래도 끝까지 간다”

장보고호가 지난해 10월 9일 오전 미국 동부 아나폴리스 항을 떠나 450일의 대장정에 오른 지 1일 현재로 85일째다.

▶본보 2008년 10월 11일자 A1·3면, 동아닷컴(www.dongA.com) ‘다윈을 따라서’ 웹사이트 참조

▶ ‘종의 기원’ 따라… 411일 대장정 ‘돛’ 올리다

▶ [다윈을 따라서]바람의 힘만으로… 바닷길 11만리 역사적 탐험

올해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178년 전 다윈의 ‘비글호’ 항로를 따라 환경 및 자원 탐사에 돌입한 권 박사는 지난해 11월 미국 동부 해안을 벗어나 바하마 제도에 닻을 내렸다.

현재 탐사대원은 단 한 명. 출항 멤버였던 강동균 대원이 떠나고 그 뒤를 송동윤(21·연세대 경영학과 휴학) 씨가 잇고 있다.

환경탐사에 나선 장보고호의 지난 85일은 ‘시행착오’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출항 21일째 되던 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배너 내항에 들어가다 갑자기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돛대가 항구에 인접한 다리에 걸려 맥없이 부러진 것. 수리 때문에 일주일간 항해도 못하고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체중도 그 사이 10kg 넘게 빠졌다. 벨트 구멍을 두 개나 더 뚫었다.

바하마에 도착한 뒤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러더(방향타)가 모래톱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태풍과 맞먹는 시속 74km의 강풍과 파도에 꼼짝없이 붙잡혀 바다 위의 작은 요트 안에 꼬박 사흘을 갇혀 있어야 했다. 배에 마실 물이 떨어지고 바람도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없자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다.

그 사이 슬럼프도 찾아왔다. 현지로 찾아간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항해하기 힘들지 않으냐”고 질문하자 권 박사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나도 항해하다가 죽고 싶지 않아. 지금이라도 다 던져버리고 돌아가고 싶어.” 꺼질 듯 말 듯 흔들리는 선실 불빛 아래로 담배 연기가 조용히 피어올랐다.

얼마간 실의에 빠졌던 권 박사의 눈에 새로운 결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일인데, 갈 때까지는 가봐야지….”

동아일보 취재팀은 바하마 제도에서의 권 박사의 탐사활동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11월 22일부터 12월 4일까지 장보고호에 직접 올라 동승 취재했다. 생생한 취재 내용은 동아일보, 과학동아, 어린이과학동아, 동아닷컴 및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 홈페이지에 소개된다. 장보고호의 활약을 담은 4편의 방송다큐멘터리 중 제1편 ‘침몰하는 카리브’가 곧 제작돼 케이블TV 등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

팀 장=박제균 영상뉴스팀장 phark@donga.com

바하마=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이성환 PD zacch@donga.com

영상뉴스팀=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배태호 PD newsman@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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