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업도시를 가다]<8·시리즈 1부 끝>폴란드 므와바

  • 입력 2008년 11월 17일 02시 49분


폴란드 므와바 시의 LG전자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므와바 법인은 3개 공장, 11개 생산라인에서 액정표시장치(LCD) TV와 PDP TV를 합쳐 연간 400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므와바=김창덕  기자
폴란드 므와바 시의 LG전자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므와바 법인은 3개 공장, 11개 생산라인에서 액정표시장치(LCD) TV와 PDP TV를 합쳐 연간 400만 대를 생산하고 있다. 므와바=김창덕 기자
폴란드 므와바 LG전자 공장 부근의 LG 전용 화물터미널. 2005년 이 터미널을 만든 뒤 LG전자 므와바 법인은 손쉽게 부품과 제품을 운송할 수 있게 돼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므와바=김창덕  기자
폴란드 므와바 LG전자 공장 부근의 LG 전용 화물터미널. 2005년 이 터미널을 만든 뒤 LG전자 므와바 법인은 손쉽게 부품과 제품을 운송할 수 있게 돼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므와바=김창덕 기자
시골동네가 공업도시로… “고마워요 LG”

므와바 법인 9년전 설립… 年400만대 TV 생산

폴란드 정부, 특구 편입-전용 터미널 파격 지원

실업률 25% → 7%대 급감… 市살림 두배로 늘어

《폴란드 므와바 시 청사. 스와보미르 코발레브스키 시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전날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오후 미팅까지 취소하며 기자를 반겼다. 배석한 야니나 부지호브스카 부시장은 1999∼2000년 LG전자 므와바 법인에서 일했던 ‘LG맨’ 출신이다. 그는 “LG전자에서 쌓은 경험이 높게 평가돼 부시장 직까지 맡게 됐다”며 “실제로 시 행정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E7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조용한 소도시 므와바. 가로등마다 달려있는 LG 로고가 두드러졌다. 이는 므와바가 왜 ‘동유럽의 LG타운’이라 불리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하루에 한두 번 버스가 다닐까 말까 했던 이 ‘시골 동네’는 최근 3∼4년 사이 폴란드, 아니 동유럽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도시 가운데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 인구 3만명 중 절반이 LG근로자-가족

1999년 폴란드의 한 전자회사를 인수해 므와바에 진출한 LG전자는 2005∼2007년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지금까지 총 1억6680만 달러(약 2335억 원)를 투자했다. 현재 LCD TV와 PDP TV를 합쳐 400만 대를 생산해 연간 매출이 2조 원을 훌쩍 넘는다.

LG전자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인은 3000여 명. 동반 진출한 한국 협력업체 6곳이 채용한 사람까지 합치면 4500명이 넘는다. 므와바 인구가 3만여 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LG전자와 관련업체 근로자 또는 가족인 셈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LG전자에서 일하는 경우는 허다하고 일가친척 5, 6명이 ‘LG맨’인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자리가 늘면서 실업률은 2000년 25%에서 올해 7%대로 급감했다. 취업자가 많아지자 소비가 늘어났고 은행, 상점, 음식점 등이 줄줄이 문을 열었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이 많아져 도시 살림도 두둑해졌다. 므와바 시 예산은 2000년 3100만 주오티(폴란드 화폐단위·약 149억 원)에서 올해 6500만 주오티로 8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코발레브스키 시장은 “LG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이제는 다른 기업들도 우리 시에 투자하겠다며 ‘남은 땅이 없느냐’고 물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 기업위해 경제특구 확장”

2005년 4월 노석호 LG전자 므와바 법인장과 폴란드 정부 고위인사, 당시 므와바 시장이 시 청사에서 마주앉았다. 므와바를 경제특구로 지정할지 여부를 담판 짓는 자리였다.

각종 세제(稅制) 혜택은 물론이고 투자규제도 받지 않는 경제특구는 폴란드에 14곳이 있는데 므와바 부근에 이미 바르미아-마주리 특구가 있다는 게 문제였다. 가까운 므와바를 추가로 지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므와바 시의 강력한 요청으로 폴란드 정부는 마침내 파격적인 결정을 한다. LG전자 법인이 있는 지역을 바르미아-마주리 경제특구에 편입해 같은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후 LG전자 협력업체들이 있는 곳도 특구에 추가로 편입됐다.

주(駐)폴란드 한국대사관의 최정호 참사관은 “폴란드 정부가 특정 기업을 위해 경제특구를 확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코발레브스키 시장이 취임한 2006년 10월 이후에도 노 법인장 등 LG전자 사람들은 시청을 제집 드나들듯 하더니 올해 므와바와 LG전자는 또 한 번 일을 냈다. 인문대학밖에 없던 므와바에 치에하누프 공대의 분교를 설립하기로 한 것.

지난달 첫 학기를 시작한 전자공학과에는 84명이 입학했다. 이들 대부분은 졸업 후 LG전자에 입사할 예정이고, LG전자는 자사(自社) 직원들이 이 학교에 진학하면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노 법인장은 “므와바 토박이가 아닌 직원들은 이직률이 높아 지역주민들을 가르쳐 채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인구 3만 명의 작은 도시에 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시가 적극 나서줬다”고 말했다.

○ 기차역 주변 전용 터미널 마련

공장에서 차를 타고 5분쯤 갔을까. 한국 운송회사의 컨테이너가 실린 화물기차가 눈에 띄었다. 주변에는 막 들어온 듯한 컨테이너 수백 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LG전자 므와바 공장의 전용 터미널이다.

LG전자가 므와바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화물운송 비용이었다.

바르샤바에서 므와바까지 연결된 E7 고속도로 130km 구간은 대부분 왕복 2차로. 바르샤바에 도착한 부품을 트럭에 옮겨 싣고 다시 므와바까지 3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반대로 완제품을 내보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생산량이 늘어 한국에서 부품을 실어오는 컨테이너가 한 달에 1500여 개에 이르자 회사 창고 용량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나 2005년 므와바 기차역 주변 땅 7000m²를 컨테이너 수송 터미널로 개발하면서 이 문제는 단번에 해결됐다. 땅을 소유하고 있던 폴란드 국영 철도회사 PKP와 므와바가 LG전자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터미널은 철도로 바르샤바는 물론이고 독일과 네덜란드 등 주변국까지 연결돼 있어 운송 효율을 크게 높였고 대형 컨테이너를 700개까지 보관할 수 있어 창고 운용에도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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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와바=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인센티브의 힘!

LG전자 므와바 법인, 성과급 도입

사회주의 잔재 없애고 생산성 1위

므와바 법인은 2005, 2006년만 하더라도 LG전자 디스플레이 부문의 16개 해외 생산법인 중 생산성이 가장 나빴다. 그러나 올해 들어 8월까지 이 법인은 한 번만 빼고는 매달 생산성 1위에 올랐다.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폴란드인들은 손재주가 좋고 머리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거 공산사회의 잔재를 지우지 못해 결근율이 높은 것이 큰 골칫거리였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공장에서 한두 사람이 생산라인에서 빠진다는 것은 엄청난 생산성 저하를 뜻했다.

고심하던 회사 측은 지난해 9월 개인평가와 집단평가를 주(週) 단위로 시행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최대 15%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결정했다. 처방약은 제대로 효과를 냈다.

지난해 3월 8.3%였던 결근율은 그해 12월 2.1%로 줄더니 올 8월에는 0.9%까지 낮아졌다. 1% 이하의 결근율은 최근 폴란드 한 일간지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공급망관리(SCM) 부문에서도 므와바 법인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판매법인의 주문량을 기일에 맞춰 생산 배송하는 ‘온타임 딜리버리’가 작년 초에는 53%에 그쳤지만 현재 98%까지 높아졌다. 생산관리를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전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노석호 므와바 법인장은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과 현지인들 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진 것도 우리 법인의 성공요인 중 하나”라며 “현지인들에게 ‘언젠가는 내가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심어준 것이 효율을 극대화하는 비결이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까지 SCM 혁신을 목표로 삼았던 LG전자 므와바 법인은 올해 비용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이 법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므와바=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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