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막의 두여신 이화시·안나 카리나 “영화는 내인생”

  • 입력 2008년 10월 9일 07시 56분


PIFF 뉴커런츠 심사맡은 이화시·안나 카리나 관객과의 만남

“잘 지켜봐주시고 사랑해주세요.”

여느 신인 배우의 상투적인 인사말이 아니다. 거장 김기영 감독의 ‘반금련’, ‘파계’, ‘이어도’ 등에 출연하며 ‘김기영의 페르소나’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 이화시가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젊은 관객들에게 전한 말이다.

늘 관객과 호흡하는 배우로서 이화시에게 중년의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누벨바그의 여신’으로 불리는 또 다른 여배우 겸 감독 안나 카리나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안나 카리나와 이화시는 이번 영화제에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으로 각각 활동하며 자신들의 인생이기도 한 영화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있다. 또 각기 김기영과 장 뤽 고다르라는, 이제는 ‘거장’의 이름으로 불리는 감독들과 오랜 시간 일을 했다는 점도 닮았다.

이들 두 여배우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과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다.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가 김기영 회고전을 마련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다시 알린 이화시는 7일 오후 데뷔작 ‘반금련’ 상영 및 무대인사에서 감회에 젖었다. 신작 ‘빅토리아’를 들고 부산을 찾은 안나 카리나는 8일 오후 영화제 공식 행사인 마스터클래스에서 자신의 영화와 인생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화시는 ‘반금련’에 대해 “김기영 감독의 신인공모전에 당선돼 20대 초반에 출연한 데뷔작이다.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1/3이 잘려나갔다”고 소개한 뒤 “30여년 세월이 지나 여러분 앞에 섰고 영화제 심사위원이 됐다. 올해는 내 생애 최고의 해가 아닐까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중국 ‘금병매’를 영화화한 ‘반금련’에서 이화시는 그 특유의 강렬한 눈빛으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드러냈다.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와 함께 ‘국외자들’, ‘비브르 사 비’ 등에서 작업했던, 그의 아내이기도 했던 안나 카리나 역시 “감회가 새롭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10대 말 비누 광고와 잡지 표지에 등장해 고다르에 캐스팅된 안나 카리나는 “고다르와 일하면서 영화를 알게 됐다”면서 “배우로서 산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두 여배우는 중년을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해 김진아 감독의 ‘두 번째 사랑’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이화시는 영화제 이후 이재용 감독의 신작 ‘귀향’ 촬영을 위해 강원도 춘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작품 출연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감독으로서 ‘빅토리아’를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 안나 카리나는 “현재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면서 “집시에 관한 이야기로 소년과 소녀가 그려가는 내용이다”고 소개했다.

부산|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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