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탈북 30대 女간첩 검거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8분


탈북자로 위장해 군 장교들을 대상으로 중요 정보를 빼내온 여간첩 원정화 씨. 수원지검 등 합동수사본부가 증거자료의 하나로 확보한 앨범에 들어 있던 원 씨의 사진.
탈북자로 위장해 군 장교들을 대상으로 중요 정보를 빼내온 여간첩 원정화 씨. 수원지검 등 합동수사본부가 증거자료의 하나로 확보한 앨범에 들어 있던 원 씨의 사진.
장교-경관과 친분… 軍기밀-탈북자동향 유출

대북정보요원 2명 등 ‘독침 살해’ 지시 받아

체포된 계부는 노동당서 대남공작지휘 ‘거물’

탈북자로 위장해 군 장교 및 경찰관 등과 친분을 쌓은 뒤 군사기밀을 입수해 북측에 유출한 30대 여자 간첩이 검거됐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탈북 위장 남파간첩’이 처음으로 적발된 것이다.

수원지검과 경기지방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 원정화(34·여) 씨를 국가보안법상 간첩 및 약취·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원 씨가 보위부 소속 공작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탈북자 명단 등을 제공한 원 씨의 애인인 육군 대위 황모(26) 씨도 국가보안법상 불고지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 기소했다.

합수부는 원 씨에게 간첩활동을 지시하면서 공작금을 건네고, 각종 정보를 중국에 있는 재중 북한 보위부 지부에 전달한 원 씨의 계부 김모(63) 씨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김 씨는 2006년 12월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오기 이전에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대남 공작을 지휘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에 따르면 원 씨는 2000년 9월경 보위부로부터 남파 지령을 받고 조선족 ‘김혜영’ 명의로 신분을 세탁한 뒤 2001년 10월 남한 남성과의 결혼을 사유로 해 입국했다.

입국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원 씨는 한 달 뒤 이혼을 하고 국정원에 탈북자로 위장 귀순했다. 이어 그는 군부대에서 반공 안보강연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황 대위 등 경기 북부지역 군부대의 정훈장교 3, 4명과 사귀면서 군사기밀 등을 빼냈다고 합수부는 밝혔다.

원 씨는 탈북자단체 간부들과도 접촉해 중요 탈북자들의 소재지를 파악해 북측에 제공했다. 원 씨가 북측에 넘긴 정보는 △군부대와 국정원 등 국가 주요 시설 위치 △탈북자 적응기관인 하나원 동기 및 탈북자 출신 안보강사 명단 △대북 정보요원 인적사항 및 군 장교의 명함과 사진 등이다.

북측은 원 씨가 보낸 군 장교들의 명함에 적힌 e메일 계정에 대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원 씨는 정부기관의 대북 정보요원 이모, 김모 씨 등을 살해하라는 지시와 함께 암살 도구인 독약과 독침 등을 북측에서 건네받았지만 시도하지 않고 포기했다고 합수부는 전했다.

합수부 관계자는 “원 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군사기밀을 관리하는 군 장교 등에게 접근했으며 구속된 황 대위와는 동거까지 했다”고 말했다.

원 씨가 탈북자 출신이면서도 대북 무역사업을 하고 군 장교들과 꾸준히 교제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과 기무사에서 2005년 5월부터 3년여 동안 내사를 벌인 끝에 원 씨의 간첩활동 전모가 드러났다.

합수부의 김경수 수원지검 2차장은 “탈북 위장간첩은 북한 말씨를 쓰면서 남한 사정에 다소 어둡더라도 의심을 받지 않아 간첩활동이 가능했다”면서 “일부 탈북자 중 간첩이 존재한다는 의심의 실체가 드러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李국방 “장병 특별정신교육”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27일 탈북위장 여간첩 사건에 현역 장교들이 연루된 것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고위급 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전군에 특별보안진단 작업에 착수하고 장병 특별정신교육을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이 전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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