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 법무장관 “광고주 협박은 시장경제에 큰해악…”

  • 입력 2008년 8월 27일 06시 23분


“인터넷 악용한 떼쓰기 단속 또 단속”

김경한(사진) 법무부 장관은 26일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메이저 신문 3사의 광고주를 협박한 행위에 대해 “(주도 세력은) 소비자운동이라고 강변했지만 인터넷을 통한 파급효과가 크고,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해악이 큰 신종 범죄”라며 “정부는 이런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취임 6개월을 맞아 이날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터넷 카페 ‘언론 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등 2명이 구속된 뒤에도 협박을 유도하는 광고주 명단이 실린 데 대해 “전부 떼쓰는 범죄들이다. 단속하고 또 단속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인터넷이 시대의 총아라지만 악용되는 게 많고, 그런 걸 막는 게 검찰의 과제가 됐다”면서 “인터넷 오·남용이 심해지는 만큼 검찰 내 첨단범죄수사부의 인력과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 때 공권력 무력화 현상이 빚어진 데 대해 그는 “그동안 불법 및 폭력집회에 대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는 관행 같은 게 있었고, 노무현 정권 시절 농민 시위 때 사람이 죽고 경찰청장이 사퇴하면서 (경찰이) 많이 안 움직였다”며 “지금은 체질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 “중소기업 등의 퇴출 절차를 합리화하는 내용의 통합도산법을 개정하고, 포이즌 필 등 선진국 수준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하는 법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질서 바로잡아야 사회질서가 바로 선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26일 취임 6개월을 맞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는 인터넷을 통해 발생했지만 지금은 말짱 황이다”면서 “사이버상의 질서가 무너지면 모든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이를 막는 것이 검찰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 법무부 회의에서 검찰 내 첨단범죄수사부의 부서를 늘리든 인원을 늘리든 대폭 강화해야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에 참석했다가 단속돼 불구속 입건된 사람들도 기소하거나 고액 벌금을 부과해 엄정 처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는 본보 사회부 김정훈 차장과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 들어보니

인터넷 범죄 “인력 늘려 수사 대폭 강화”

경제인 사면 “경제 살리는 길이라 판단”

친기업 정책 “기업이 잘되면 국민 혜택”

―장관직을 수행하는 6개월 동안 인터넷상의 범죄가 극심했는데….

“이제 우리 사회가 ‘현실 사회’와 ‘인터넷 사회’ 둘로 나뉘며 인터넷 사회가 오히려 더 파급력과 영향력이 크다. 촛불시위도 인터넷에서 연유해 발생했고 인터넷을 통한 모욕 등은 순식간에 수십만 명에게 퍼져나간다. 사이버상의 질서가 무너지면 모든 사회 질서가 무너지게 돼 버렸다. 이를 막는 것이 검찰의 중요한 과제가 됐으며, 초기 단계에 엄정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터넷상 범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검찰에 첨단범죄수사부가 처음 생길 때는 지금 정도의 규모로 사이버 범죄에 대한 대응이 가능했다고 본다. 이제는 수사 인력이 모자란다. 부서를 늘리든 인원을 대폭 늘리든 관련 수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모욕죄’ 등 제도적 대응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망법상에 가중처벌을 하도록 돼 있는 반면 모욕죄는 별다른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 또 형법에서는 형량이 너무 적을 뿐 아니라 친고죄로 돼 있어 더 강력한 대처 방법이 있어야 한다. 다만 이 법은 법무부 관계법이 아니라서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 논의하고 있고 거기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동아일보 등의 광고주 협박 사건 초기에 검찰에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는데….

“당시 광고주 협박 행위가 심할 때이고 인터넷을 통한 신종 범죄라 검찰이 힘써 단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순전히 광고에 의존하는 여행사, 부동산 회사들은 치명상을 입고 있었다. 이건 초기에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력하게 지시했다. 현재 검찰에서 잘 수행해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다.”

―두 명이 구속된 뒤에도 또 광고주 명단을 게시하는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 것이 전부 떼쓰는 범죄들이다. 범죄임에도 떼쓰면서 계속 범죄를 저지른다. 이에 검찰은 또 단속하고 또 단속할 것이다. 혐의자가 구속됨으로써 검찰에 이어 법원도 업무방해 범죄가 된다고 판단해 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에 대응하는 과정이 어땠나.

“처음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첫 번째로는 정부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었고, 두 번째는 일반 시민을 포함해 시위 인원이 그렇게 많이 나와 대응 방법이 없었다. 특히 시위가 주로 밤에 이뤄졌는데, 야간에 공권력을 강하게 동원하면 사고가 날 우려가 컸다. 극력 시위자와 일반 시민이 분리된 이후에는 공권력을 적극 투입할 수 있었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공권력이 상실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폭력집회에 대해서도 물리력을 동원 안하는 관례 같은 게 있었지 않나. 특히 지난 정권에서 농민 시위 때 시위자가 사망하는 바람에 경찰청장이 사퇴하는 등의 사건으로 그런 관계에 익숙해져 있었고, 정권의 이념 성향 때문에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조금씩 체질이 바뀌어가고 있다.”

―촛불시위 동안 입건 및 구속된 불법행위자들에 대한 처벌 방침은….

“단속이 된 사람에 대해서는 아주 중하게 처벌하려고 한다. 구속자들은 물론 불구속자들도 기소 및 고액 벌금을 과한다든지 딱 기준을 정해 엄정 처리할 방침이다.”

―최근 유한열 전 한나라당 상임고문, 김재윤 민주당 의원 등이 검찰 수사대상으로 올랐다. 고위층 권력층에 대한 사정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나.

“사정 작업, 비리수사는 검찰의 본연의 업무이므로 항시 꾸준히 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권에 관계없이 언제든 꾸준히 진행할 것이며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고려가 있을 수 없다.”

―야당은 최근 검찰의 정연주 전 KBS 사장, MBC PD수첩 수사에 대해 정치적인 편향성 문제를 제기했는데….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상대방 측이 피의자면 무조건 ‘축소·은폐 수사’, 자기 측이 피의자이면 ‘표적·탄압수사’라고 주장해놓고 보는 것이 관례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평소 정치적 사건일수록 묵묵히 법과 원칙, 평소의 기준에 따라 사건을 처리해야지 정치적 측면에 너무 특별한 고려를 하거나 좌고우면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치적 처리가 되고 만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최근 사회 고위층들이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사회지도층일수록 의혹 규명에 앞장서 협조해야 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할수록 출석해서 해명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청구해서라도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검찰에 주문하고 있다.”

―정부수립 60주년 특별사면이 논란이 많았다.

“경제가 워낙 안 좋으니 과거 범죄를 저지른 경제인들을 사면해서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 등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사면된 경제인들이 정말 사면의 뜻을 잘 이해해서 투자를 활발히 해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내고 해외에 나가 시장개척도 할 것으로 믿고 지켜보고 있다. 다만 대통령도 말했듯 관용은 이전 정권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한하고 새 정부에서 새로 생긴 범죄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는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법제 정비에 힘쓰고 있는데….

“‘친기업 정책’, 이런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 기업을 하기 좋게 북돋우는 건 기업 자체를 잘되게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기업이 잘돼 일반 국민이 그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부의 창출은 기업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친(親)기업정책’ ‘친재벌정책’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포이즌필(Poison Pill·적대적 인수합병이 시도될 때 기존 주주가 헐값으로 신주를 취득해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 등 선진국 수준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하는 법률안을 금년 말까지 마련하고 통합도산법과 신탁법 개정도 주요 추진 대상이다.”

▼ 김경한 법무부 장관

△1944년 경북 안동 출생 △1962년 경북고 졸업 △1966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70년 사법시험 11회 합격 △1985∼1995년 법무부 검찰1, 3과장, 서울지검 공안1부장, 서울남부지청장 △1995∼1999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춘천지검장, 법무부 교정국장 △1999∼2002년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2002∼2008년 2월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2008년 2월∼현재 법무부 장관

정리=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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