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글로벌 전문가 “내가 적임자”보여줘야

  • 입력 2008년 7월 17일 02시 56분


《세계 3위 석유기업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영국 본사에 근무하는 이재구(34) 씨와 유형준(36) 씨는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KAIST 정보미디어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고 다국적 기업 근무 경험도 많다. BP 입사는 1년 차가 난다. 다국적 기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입사하고 근무 환경은 어떨까. 두 사람과 e메일 인터뷰로 이를 알아봤다. 》

○ 서류작성과 인터뷰가 핵심

이 씨는 2005년 MBA를 마친 후 외국계 기업 서울사무소에서 일하다가 KAIST 경영대의 경력개발센터에서 BP의 MBA 졸업자 선발공고를 봤다. 이때부터 인터넷에서 BP의 정보를 샅샅이 모았다고 했다.

첫 관문은 서류심사.

이 씨는 “영문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준비하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MBA 졸업생들과 차별화가 되는 나만의 강점과 장점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며 “BP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를 찾고 거기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끼워 맞췄다”고 말했다.

유 씨는 “선발 대상이 정보기술(IT) MBA 수료자였기 때문에 한국IBM 등 10년간의 IT 직장 경력을 부각시켰고 글로벌기업 근무 경험을 내세워 국제화된 인재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서류심사를 통과하면 인터뷰가 기다린다.

두 사람은 전화 인터뷰, 인사담당 매니저와의 대면(對面) 인터뷰 등 모두 네 번의 인터뷰를 가졌다. 내용은 △이력서 기재사항에 대한 추가 질문 △실무적인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묻는 케이스 인터뷰 △구체적인 업무 상황 속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묻는 인터뷰 등 다양하다.

유 씨는 “직장 생활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에 대해 자신의 명확한 기준이 서 있어야 한다”며 “정답을 모르더라도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답을 유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일 힘들지만 보람도 커

이 씨는 “입사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해외에 있는 BP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콘퍼런스 콜’을 하는 것”이라며 “12명 정도가 전화 회의에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이고 의사결정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MBA 입사자는 신입사원이 아니기 때문에 전화미팅에서 단순한 회의 참여자가 아니라 좌장으로서 회의를 주관하고 조율하며 결론을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며 “입사 첫해는 하루 일과 후 땀에 양말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긴장했다”고 말했다.

노동 강도도 만만치 않다.

오후 4시 40분 정도면 동료들이 하나둘 퇴근하고 오후 6시 반이면 사무실이 텅 빈다고 해서 여유 있는 직장이라고 생각하면 오판(誤判)이다. 종종 오전 7시 반부터 회의를 시작할 정도로 하루 일과 시작이 빠르다. 근무시간 내내 사적(私的)인 일로 시간을 낭비하는 직원을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단다. 점심시간에도 샌드위치를 먹으며 계속 일하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어떤 보람을 느낄까.

“정보보안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폴 도리 박사 등 평소 전문서적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많은 전문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한 수 배운다는 게 큰 기쁨입니다.”(이 씨)

“업무를 볼 때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 각국의 동료들과 함께 의논해 진행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뛰면서 제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입니다.”(유 씨)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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