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이 만든 소나타 ‘봄’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작곡가 류재준 씨, 본보 최정호 칼럼 읽고 영감… 3주만에 완성

“출렁이네 냇물 봄은 흘러라∼.”

동아일보 최정호 칼럼이 클래식 현대음악으로 재탄생한다.

폴란드 출신 현대음악의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75)의 제자인 류재준(38·사진) 씨가 4월 17일자 최정호 칼럼 ‘흘러가는 이 봄에’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작곡한 것.

이 곡은 1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현대음악축제 ‘아츠 페스티벌 디멘죤’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최정호(75·울산대 석좌교수) 대기자는 이 칼럼에서 “일제강점기를 겪은 어린 시절 내게 우리말의 역동성과 다양성,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 이름 모를 친구의 시(詩)”라며 “단 한 구절이지만 내게 음악적 재주가 있다면 이 한 줄의 주제만으로 영롱한 현악5중주곡을, 대편성 환상교향곡을 작곡할 수도 있으련만…”이라고 썼다.

유럽에 체류 중이던 류 씨는 “이 칼럼을 읽고 악상의 영감이 떠올라 가슴이 쿵쿵 뛰었다”며 “3주일 만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봄’이라는 이름으로 곡을 써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1악장은 냇물처럼 잔잔하게 출렁이며 생동하는 봄의 느낌을 담았고, 2악장은 칼럼 속에 등장하는 남산의 신록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3악장은 밝고 즐거운 봄의 흥취를 담아냈다.

올해 3월 류 씨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에 개막식에서 펜데레츠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함께 자신이 작곡한 ‘심포니아 다 레퀴엠(진혼적 교향곡)’을 초연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게 헌정된 곡이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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