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새 정부 밀어줄까 견제론 역풍 불까

  • 입력 2008년 2월 6일 02시 58분


4월 총선 관전 포인트

《4월 9일의 18대 총선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많다. 지난 대선에서의 압승에 고무돼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가 줄을 잇고 있지만 표심은 언제 ‘견제의 칼날’을 휘두를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총선을 지켜보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 본다.》

대선표심 지속땐 개헌 가능선 넘지만 ‘인물 싸움’이 변수

여의도 정가에선 한나라당이 개헌 가능선을 돌파할 수 있을지가 단연 화제다. 독자적으로 개헌을 할 수 있는 의석은 전체 299석의 3분의 2, 즉 200석이다.

가능하다는 근거는 새 정부가 출범한 초기에 여론이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허니문 프리미엄’이 최대로 작용하는 시기와 총선 날짜가 겹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530여 만 표 차로 대승할 당시의 득표율을 총선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나오는 점도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을 설레게 한다. 노무현 정부의 색채를 지우기 힘든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거부 정서도 한나라당으로선 호재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109석 가운데 80석 이상, 영남 68석 중 대부분, 충청 24석 중 절반, 강원 제주 11석 중 상당수에다 비례대표 56석 중 30석 정도면 200석을 넘길 수 있다는 셈법이다.

하지만 국민은 특정 정치세력이 독주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학계와 정치권의 정설이다.

대선에서는 표를 몰아 줬지만 총선에서는 견제 심리가 발동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1988년, 1996년, 2000년 총선에서의 여소야대 구도가 이를 잘 말해 준다. 한 명의 후보를 놓고 전 국민이 표를 던지는 대선과 달리 총선에서는 243개 지역구에서 발로 뛰는 수백 명의 후보 면면이 표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도 ‘싹쓸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탄핵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2004년 총선에서도 막판에 ‘여당의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는 거여 견제론이 힘을 발휘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50석도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121석을 차지했다. 열린우리당은 개헌 가능선을 넘길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반수를 갓 넘겼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결국은 170∼180석, 즉 과반 의석과 개헌 가능선의 중간 정도 의석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통합민주신당도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해야겠지만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이 되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 민주당

신당-민주 통합여부가 세몰이 좌우

친노세력 단일대오 유지할지도 관심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호남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호남 31석은 물론 수도권 일부 지역의 판세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충청권에서 절반 정도의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는 신당 의원들도 양당이 통합할 경우 수성(守城)에 힘을 받을 수 있다.

통합이 무산된다면 신당은 수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생존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신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 후보가 수도권 지역구에 동반 출마해 ‘쌍끌이 바람’을 일으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도 관심거리다.

신당을 탈당한 이해찬 유시민 의원과 아직 신당에 머물고 있는 이광재 의원 등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이 단일 대오를 유지할지, 이들이 총선 이후에도 일정한 원내 세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입지와 직결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탈당해 한나라당이 분열하면 총선 판세에 태풍이 불 수도 있지만 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 전 후보의 신당 탈당도 힘들어 보인다.

■자유선진당

이회창-심대평 ‘충청권 바람’ 기대

박근혜 버틴 영남은 “글쎄…”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의 고향인 데다 함께 뭉친 국민중심당이 충청권을 근거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은 1996년 총선에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이 당시 충청권 28석 중 24석을 휩쓰는 돌풍을 일으키며 50석의 제3당으로 도약한 선례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이 총재는 전국 평균 득표율(15.1%)보다 훨씬 높은 20%대 후반의 충청권 득표율을 기록했다.

자유선진당은 영남에서도 어느 정도의 의석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지키고 있는 한 이 총재가 파고들 틈새가 별로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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