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시장 ‘기형’…불법>합법

  • 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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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불법시장이 합법시장의 45% 달해…

4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는 30여 개의 게임을 담은 닌텐도DS용 불법 게임팩이 10만 원 안팎의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개당 3만∼4만 원짜리 게임 30개를 묶어 팔고 있는 것이다. 게임 매장 관계자는 “방학이어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찾는 사람이 많아 물량이 달릴 정도”라고 귀띔했다.

일본 닌텐도사(社) 게임기인 ‘닌텐도DS’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100만 대가량 팔린 히트 상품이지만 수익성에선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불법 게임을 퍼뜨리는 인터넷 사이트를 고발해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닌텐도 측의 고민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에선 불법 콘텐츠 근절 못하고

게임, 음악, 영화 등 문화콘텐츠의 불법 복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6월 저작권법을 강화하면서 불법 복제품의 유통창구인 ‘P2P’ 사이트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실제 과태료 부과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등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07 저작권 침해방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음악은 약 185억4413만 곡, 영상물은 114억3483만 편, 출판물은 100억456만 편이 불법 유통된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 복제품 시장 규모는 2조190억 원으로, 합법적인 문화 콘텐츠시장(4조5370억 원)의 약 45%에 이르렀다.

특히 음악 시장은 불법시장이 4567억 원으로, 합법적인 시장 규모(3708억 원)보다 더 큰 기형적인 구조였다.

○ 외국에선 디지털 콘텐츠 거래 활성화에 주력

외국에서도 불법 복제 문제가 골치이지만 저작권 보호를 일부 포기하더라도 유통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추세가 음악 시장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 음반사인 EMI, 워너뮤직, 유니버설뮤직 등이 온라인 사이트인 아이튠스, 아마존, 월마트를 통해 저작권보호장치(DRM)가 없는 음악 파일 판매를 시작했다.

DRM을 없애면 이용자들이 음악파일을 공유할 수 있어 불법 복제가 우려되지만, 그것보다 디지털 유통의 확산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에선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저작권 보호에만 목을 맨 한국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해외시장에선 수익원 확보에 집중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대희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사실상 온라인으로 ‘음악을 사는’ 세상에서 아직도 음반 판매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불법 복제 단속을 강화하되 저작권자도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준동 불법복제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 회장은 “정부의 단속 의지가 부족해 불법 복제 피해는 5년 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며 “기본적인 저작권 보호 문화 없이 외국과 같은 사업 모델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민지 기자 mettymom@dong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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