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칠순기념 ‘회화록’ 펴내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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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으로 나오긴 했지만 이 책은 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 지성사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뜻 깊은 일입니다.”

계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사회 참여의 담론을 이끌어 온 문학평론가 백낙청(사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독특한 칠순 기념집이 나왔다.

1968∼2007년 그가 참여한 대담, 좌담, 인터뷰를 모은 ‘백낙청 회화록(會話錄)’(전 5권·창비)이다.

올해 백 교수 고희를 기념해 후학들이 출간한 이 책은 그가 수많은 지성과 펼쳤던 말의 기록을 집대성했다.

책에 실린 80여 건의 대담과 좌담에 나오는 이들은 백철, 김동리, 선우휘, 박현채 등 작고한 인사를 포함해 리영희, 강만길, 고은, 김지하, 이매뉴얼 월러스타인, 프레드릭 제임슨, 가라타니 고진 등 국내외 지성 133명(국내 121명, 국외 12명)을 아우른다.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한정식집에서 기자들을 만난 백 교수는 “(이 책은) 오랫동안 내가 소망하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6명의 간행위원을 대표해 참석한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좌담이나 대담은 20세기 초 일본 언론이 도입한 뒤 동아시아문화에서 발전된 담론 형식으로 다양한 현실 문제를 넘나들며 진지한 토론을 즐겼던 백 교수의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싸움꾼’으로 표현한 백 교수도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남들하고 이야기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을 즐긴다”며 이를 수긍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깊이를 갖춘 대담과 좌담이 사라지고 편을 갈라 논쟁을 위한 논쟁만 펼치는 현재의 ‘회화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고은 신경림 김지하 황석영 박현채 같은 이들이 한창 활력이 넘치던 1970년대에 우리 담론계가 가장 풍성하지 않았나 싶다”며 “찬반의 극단적 대립 구도 아래 펼쳐지는 현재의 TV 토론 틀로는 진정한 대화 문화를 가꿔 갈 수 없다”고 말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로 이달 초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했던 그는 “2005년에 10년 안에 두 개 국가가 연합하는 1단계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 시기가 2015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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