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정옥자 교수 "서울대 정체성 고민해야"

  • 입력 2007년 8월 31일 15시 32분


코멘트
정옥자 서울대 교수(국사학)는 31일 오전 교내 문화관에서 열린 교수 정년퇴임식에서 "개교 60년을 넘어 `환갑'이 지난 서울대가 아직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퇴임사에서 "`민족의 대학'이나 `겨레와 함께 미래로'라는 말은 표어에 지나지 않으며 법인화 문제나 재정 문제는 방법론에 불과할 뿐"이라며 "대학으로서 무엇을 지향하며 어떤 인재를 키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뜨거운 가슴 없이 차가운 머리만 가진 지식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물질적 기초는 대학 발전의 중요한 요소지만 지나친 물량화와 서구식 대학평가에 대한 종속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특히 대학사회에 만연한 `비판의식의 실종'을 걱정하며 "군사정권의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운동은 대학의 비판의식에서 비롯됐다. 대학은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갖되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폐지론'과 관련해서도 "서울대가 걸출한 인재를 많이 배출한 공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만큼 서울대 출신이 누려온 특권의 그림자도 짙다"며 "혜택과 누림의 자세에서 벗어나 진정한 엘리트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장무 총장은 송별사에서 "시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이 지성인의 본분임을 실천으로 보여준 덕에 서울대의 기상과 책무를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다"고 말한 뒤 "퇴임 후에도 후학들의 학문 연구와 일상생활의 귀감이 돼 달라"며 퇴임 교수들을 배웅했다.

이날 퇴임하는 교수는 정 교수를 비롯해 오세영(국어국문학), 이명현(철학), 김홍우(정치학), 차배근(언론정보학), 송문섭(통계학), 김성기(경영학), 이교일(기계항공공학), 권순국(조경시스템공학), 정진(농생명공학), 이홍식(수의학), 김민(기악), 신수정(기악), 김정자(국악), 김종선(의학), 이효표(의학), 허봉렬(의학), 김형국(환경계획학), 엄정문(치의학) 등 19명이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