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근대식 대규모 도정공장이자 일본의 쌀 수탈 현장으로 근대 역사 유물인 이 도정공장이 헐릴 위기를 맞고 있다.
30일 정읍시에 따르면 이 도정공장을 소유한 전북 익산의 한 건설회사가 건물을 철거하고 이 자리에 5층 규모의 여관과 상가 등을 지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새 건물을 짓기 위해 도정공장 건물에 대해 28일 건물멸실 신고를 마쳤다.
서짓말 도정공장(용지 8302m², 건평 2852m²)은 1924년 일본인이 건립해 정읍과 김제, 부안 지역의 쌀을 도정해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는 식량 수탈 전초기지였다.
광복 후에는 국내 첫 정부양곡 가공공장으로 지정돼 1973년까지 운영됐으나 경영난으로 1997년 폐업한 후 방치돼 오다 최근 법원경매에서 익산의 한 건설회사에 낙찰됐다.
신태인읍에는 도정공장과 정읍 김제 일대에 대규모의 논을 소유했던 구마모토 농장, 일본인 관사 및 주택, 우체국, 화호병원 등 일제강점기 때의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정읍시는 2004년 이들 시설과 용지를 매입해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 ‘농업사 박물관’, ‘일제 박물관’을 건립해 일제강점기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교육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을 세웠으나 건물 및 토지주와 매입가격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전북대 함한희 박물관장은 “신태인 도정공장과 화호의 일본인 집단거류지, 일본식 가옥 등은 당시 일본 제국주의가 식량 확보의 전진기지로서 삼았던 식민지 역사의 생생한 현장으로 의미가 큰 유물”이라며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 유물이 더 사라지기 전에 식민지 역사마을과 식민지 역사탐방로 등으로 복원과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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