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엘리트 대학생들, 제3세계 오지로… 흑인 빈민가로…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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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위크’는 미국 대학생의 선호 직장 100곳을 발표했다. 구글, 디즈니, 애플 등 첨단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을 결합한 기업들이 1∼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평화봉사단(Peace Corps·피스코)과 티치 포 아메리카(TFA·Teach for America)처럼 돈벌이와 거리가 먼 일터도 각각 5, 10위를 차지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교육봉사단체가 최고의 인기 직장인 셈이다. 미국의 졸업반 대학생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할까.》

▽“세상을 바꾼다”=에이미 블랙 씨는 2000년대 초 국무부 직업외교관 자리를 포기한 뒤 TFA에 돌아왔다. 예일대를 졸업한 후 1995∼97년 이 단체를 통해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했던 그는 지금 TFA의 워싱턴 지부장이다.

그는 “교육환경이 뒤처진 도시빈민가의 어린이에게 배울 기회를 주지 않으면 이는 기본권의 제한이라고 믿게 됐다. 우리는 변혁을 꿈꾼다”고 말했다.

“서른이 넘어 최고의 직장을 떠나는 걸 말리는 이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옳다고 믿은 일을 하고 싶어 결정한 것뿐인데…”라고 답했다.

TFA 설립자인 웬디 콥(40) 씨가 쓴 책과 이 단체의 잡지 제목은 ‘언젠가는(One Day)’이다. 이상주의자의 포부가 느껴진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초 “기성 교육계의 반란자(insurgency)”라는 말로 이들을 소개했다. ‘대표 반란자’는 올 6월 워싱턴 교육감으로 발탁된 한국계 미셸 리(37) 씨다.

TFA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아이비리그인 예일대 졸업생의 10%, 명문 공과대학인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졸업생의 7%가 TFA에 지원했다. 지원자라고 전원 다 TFA를 통해 교사가 될 수는 없다. 2006년 1만9000명의 지원자 가운데 3000명만 합격했다.

블랙 지부장은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을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을 바꿔 놓고 싶은 대학생들의 가슴 뜨거운 선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사 제니퍼 벤티미글리아 씨는 올여름까지 2년간 워싱턴시내의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학생의 80%가 점심 값 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이다.

그는 최근 남미 니카라과의 어린이에게 2년간 영어와 ‘바깥세상’을 가르치러 떠났다. 출국 전날인 24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에게 워싱턴 흑인지역 근무와 남미 오지의 삶을 결심하기 전 망설이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그는 “왜 없었겠느냐. 하지만 아이들에게 또래 아이들처럼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 일에서 성취감을 얻으며 이런 결정이 얼마나 옳았는지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정치권도 지원 나서=그러나 학생들의 선택이 손쉬운 것만은 아니다. 만 22세에 불과한 명문대 졸업생이 갑자기 교사로 오는 것을 보는 40, 50대 동료 교사의 배타적 반응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설립자 콥 씨는 대학 순회강연에서 “뽑히더라도 심신이 고단한 가운데 2년을 보낼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실제로 현장에 배치된 교사 가운데 10%는 2년을 못 채운다. 평화봉사단 참가자도 15%는 계약된 2년 ‘완주’에 실패한다.

졸업 후 대학등록금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은 우수 인재들이 TFA나 평화봉사단으로 향하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평화봉사단은 월 150∼300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공립학교 교사의 연봉은 2만5000달러를 넘지 못한다.

이들의 이런 어려움을 인식한 대기업과 정치권도 이제 ‘자기희생적’ 직업 선택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투자은행 JP 모건은 은행과 TFA에 동시에 합격한 사람들에게 “걱정 말고 TFA에 다녀와라. 2, 3년 뒤 복귀하면 고용을 약속한다”며 입사 결정 보너스까지 지불한다. 사회 공헌의식이 투철한 인재가 입사 후 불러올 긍정적 영향을 고려한 투자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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