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영]언론 대못질, 국민이 나설 때다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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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메이저 신문을 대상으로 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탄압이 모든 언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통해 ‘주는’ 기사만을 보도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취재의 자유를 박탈하려고 한다. 언론계와 법학계, 재야 법조계 그리고 60% 이상의 국민, 심지어 범여권의 정치세력조차 반대하는 언론 탄압을 막무가내로 강행하려 한다.

단순한 기본권의 시각에서 언론의 자유를 평가하던 시대는 지난 지 이미 오래다.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통치구조의 중추신경에 해당하고, 자유민주주의가 숨쉬기 위해 불가결한 생명의 공기에 해당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언론의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자유언론제도를 통해 언론의 다양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이유이다. 언론의 다양성이 보장될 때 모든 국민은 다양한 정보를 얻어 주권 행사를 올바로 할 수 있다.

다양한 정보 속에서 정보의 취사선택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 삶의 방향과 정책에 대한 판단과 투입(input)을 하게 된다. 국민의 알 권리가 언론의 자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국민 알 권리 심각하게

국민은 스스로 필요한 정보원에 접근하는 데 기술적 시간적 제약을 받으므로 언론기관의 보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도의 자유는 알 권리의 실현과 불가분의 연관성을 갖는다. 보도의 자유는 취재의 자유와 취재원 묵비권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한다.

취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국민이 알 필요가 있는 뉴스를 찾아서 기사로 보도할 수 있다. 취재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취재원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취재원 묵비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과 취재원 제한 조치는 취재의 자유를 제한하는 단순한 언론 통제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논리가 그래서 성립한다.

헌정사를 보면 언론 통제는 독재정권과 공산정권에서 주로 행해진다. 독재정권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악용하며, 공산정권은 언론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선전과 고착화의 수단으로 삼기 때문이다. 우리 군사독재시대의 언론 탄압과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언론 실상이 이를 웅변한다.

노무현 정권은 외형상 독재정권도, 공산정권도 아니다. 민주개혁정권을 표방하면서 언론 통제를 강화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대로 좌파적 정부라고 하더라도 좌파 이데올로기의 확산과 좌파적인 정책을 고착화하기 위한 언론 통제로서는 방법이 너무 지나치다.

대통령의 헌법 경시 내지 헌법 무시 성향이 위헌 결정된 신문법 규정과 언론에 대한 ‘대못질’ 정책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언론 자유의 본질과 기능은 물론이고 헌법상의 법률 유보를 무시하고 언론 통제를 대통령의 말 내지 국무총리 훈령이나 국정홍보처장의 지침만으로 강행하는 행위는 명백한, 위헌적인 언론자유의 침해다.

기본권 수호의 사명을 가진 헌법재판소가 이 문제를 시급한 사안으로 다루어 하루속히 분명하게 헌법적인 평가를 내려야 한다. 민감한 기본권 침해 사건일수록 긴급한 현안으로 다루어 기본권 침해의 확산을 막는 결정을 해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노무현 정부의 말기이고 10월 남북 정상회담과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둬 국민의 정치적, 정책적인 정보 수요가 매우 큰 시기다. 국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세워 주권자로서 12월 대선에서 후회 없는 주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도 알 권리의 충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이 정부의 언론 탄압에 대해 더는 침묵하고 방관해서는 아니 되는 이유다.

저항권 행사까지 고려해야

알 권리를 침해하는 정부를 향해 모든 국민이 강력한 목소리로 항의하고 필요하다면 저항권의 행사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반드시 폭력적인 수단의 저항이 아니라도 집회 결사를 통한 순화된 저항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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