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나지 않은 피랍 공포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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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가 일단락돼 다행스럽긴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몸값 지불에 관한 억측이 난무하면서 우리 국민을 노린 또 다른 납치극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그 하나다.

알자지라 방송은 인질들의 몸값으로 한국 정부가 2000만 파운드(약 378억 원)를 지불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몸값이 1000만 달러(약 93억 원)니, 50만 달러(약 4억6000만 원)니 하는 얘기도 떠돈다. 확인할 수 없지만, 이런 소문과 보도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몸값을 노린 납치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등 치안 불안 지역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는 한국인은 공포심 때문에 다른 나라 국민 행세까지 한다고 한다. 인질 석방 뒤에 새로운 ‘피랍 공포’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이 조심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도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관련국의 협조를 얻어 납치나 테러 관련 정보를 신속히 국민에게 알리고, 위험지역 여행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석방 협상 과정에서 반성할 점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군 철수라는 협상카드를 너무 일찍 빼든 것과 ‘납치범과의 협상 불가’라는 원칙을 바꿔 달라고 미국에 공개적으로 호소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당장의 피랍자들을 구하기 위해 납치세력에 더 많은 납치의 유혹을 부채질한 결과가 되지 않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개인의 사소한 실수나 무모한 행동이 국가에 큰 손실을 끼칠 수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개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국가가 모두 떠맡을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피랍자들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빚을 졌다. 다른 인종과 문화, 종교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봉사라는 선의(善意)를 앞세우고 있지만 기독교 단체들의 경쟁적인 해외 선교는 해당 지역의 종교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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