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자유 “구걸 아닌 쟁취” 선언한 편집·보도국장들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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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 운영위원회 긴급회의를 연 전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은 “어떤 어려움과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정부의 언론 탄압을 막아 내 국민의 알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결의했다. 편협의 55개 회원사 가운데 KBS, MBC, 한겨레신문 등을 제외한 47개사 편집·보도국장들이 ‘취재 봉쇄 수용 거부’를 한목소리로 선언한 것은 이 나라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이다.

편협은 1957년 4월 자유당 정권의 언론 탄압에 대항해 결성된 언론인 단체다. 편집·보도국장은 언론사 취재 보도의 책임자들이다. 이들은 “취재 자체, 접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현 정부의 조치는 군사정권 시절의 ‘취재한 사실에 대한 보도 개입’보다 질적으로 더 나쁜 언론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관계 당국자들의 역사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 자유는 구걸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희생을 무릅쓰고 쟁취하는 것”이라는 이들의 인식은 굽힘 없는 실천을 통해 구현돼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

‘민주화세력’을 자처하며 집권의 과실(果實)을 포식(飽食)한 노무현 정권이 21세기 대명천지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만 알리려고’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은 나라의 비극이고 세계의 웃음거리다. 오죽하면 여야 구분 없이 5개 정당이 한목소리로 이런 정부를 꾸짖으면서 취재 봉쇄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겠는가.

그런데도 언론 탄압을 총지휘하다시피 하는 노 대통령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제 재정경제부는 동아일보 기자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이미 보도됐거나 보도 자료에 실린 내용 이외에 새로운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명백한 취재 거부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편집·보도국장들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는 특권지대가 아니다. 납세자들은 정책의 모든 단계를 투명하게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실 통폐합 등 정부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을 상대로 반(反)민주적 도발을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나라요, 시대다. 더 늦기 전에 노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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