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추슬러야 할 한미동맹 ‘6년 상처’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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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한미동맹이 조정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은 군사적 관점에서만 보면 꽤 훌륭하지만 완벽하진 못하다. 그리고 이 계획이 추진되어 온 시기가 동맹에 좋지 않았다. 우리는 청와대와 백악관에 모두 새 대통령이 들어올 앞으로 수년 이내에 길을 찾아야 한다.

지난 수년간 무엇이 잘못됐던 것일까. 미군 감축 계획은 번번이 먼저 언론에 새 나갔다. 그러고 나서 공식 발표가 이어졌다. 그것은 동맹의 미래에 결정적인 기지 이전 계획이 한미 간에 또는 심지어 미 행정부 내에서도 충분히 협의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선제공격’ 원칙이 발표되고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시기와 비슷한 때에 기지 이전 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많은 한국인은 미군이 남쪽으로 이전하고 부분적으로 한반도에서 떠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단독 공격의 전조(前兆)가 아니냐고 걱정했다. 또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는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할 경우 한국을 끌고 들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밀월관계가 부시-노무현 대통령, 부시-김대중 전 대통령 간의 긴장된 관계와 너무 선명하게 대조되면서 한국인들은 미군 감축이 미일관계와 비교할 때 2등급 수준으로 떨어진 한미동맹의 현실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됐다. 서울 안팎의 귀중한 땅을 돌려주는 것인 미군 재배치 계획이 한국인들에게 심한 공포와 동맹 간의 불신을 가져온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만약 이와 대조적으로 좀 더 실용적인 접근법을 구사했다면 어땠을까. 미래의 적에 대한 가정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은 영원히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그런 실용적인 동맹 관리였다면 결과가 훨씬 좋았을 것이다. 상호 협의와 투명성, 그리고 서로의 안보에 대한 지속적인 다짐을 강조하면서 이뤄졌다면 더욱 성공적이었을 것이다. 그런 접근법이 이뤄졌더라면 미군 재배치는 동맹을 약하게 하는 게 아니라 강화시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두 명의 인정받는 분석가는 2007년도 보고서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무분별한 중국의 행동을 제어하고 설득하기 위한 해외주둔 미국 전력은 괌 같은 미국 영토에만 배치되거나 일본처럼 매우 친밀한 군사적 우방에만 배치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점점 더 흔들리는 우방이며, 영토가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 이내에 들어 있는 한국에서 미군을 줄이겠다는 국방부의 결정은 장점이 있다.”(미국 전략예산평가센터의 ‘제2의 대양 시대를 위한 새로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보고서)

주한미군 재편 과정을 보면 뭔가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에 대한 견제는 적절하고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미동맹은 중국을 동북아 지역안보 체제로 더 밀접히 편입시킴으로써 동북아 안보 환경을 좀 더 긍정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주한미군 2사단의 평택 이전에 따른 평택항 개발은 미 군함은 물론 제3국 해군함의 정박도 가능하게 한다. 평화유지활동을 하는 제3국에 군함 정박을 지원하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한국이 북핵 저지 차원을 넘어서서 반(反)테러 훈련을 함께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군 재배치 과정에서 이런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흔적은 없다.

곧 들어설 한미 양국의 새 정부 하에서 한미동맹이 새로운 도전에 응전할 수 있도록 양국은 지난 6년간 흠집 난 동맹을 추스르는 데 더한층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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