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는 ‘로봇 한류’ 스타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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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IT전시관을 찾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휴보를 만나고 있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IT전시관을 찾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휴보를 만나고 있다.
비행거리 10만 km. 2006년 한 해 동안 한국형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가 한국과 다른 나라를 오간 거리다. 웬만한 바이어가 1년간 쌓은 마일리지 못지않다.

휴보는 지난해 2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모두 6차례나 해외를 다녀왔다. 미국 CNN과 ABC, 영국의 BBC 등 해외 방송에도 5차례나 출연했다. 올해 7월에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게임 엑스포를 다녀왔다. 내달 초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넥스트페스트에도 간다.

연예계의 한류 스타 못지않은 바쁜 행보다. 2002년 불과 5000만 원을 투자해 시작한 연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괜찮은 성적이다. 한국 로봇의 대명사가 된 ‘휴보’가 로봇 한류를 이끌고 있다.

휴보의 국내 일정은 더 빡빡하다. 거의 2주에 한 번꼴로 방송 출연과 전시에 나서고 방문객을 맞는다. 국내외의 거물급 정치인들 역시 휴보를 찾는다. 민생탐방에 나섰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범여권 예비후보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만났다. 2005년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휴보가 이처럼 ‘단숨’에 높은 지명도를 갖게 된 것은 ‘휴보 아빠’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의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틈새를 노린 홍보전략’과 ‘타이밍’이다.

혼다가 ‘아시모’의 대외 활동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것과 달리 대학 연구실 태생의 휴보는 별다른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 ‘출장비 실비만 주면 어디든 간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귀하신 몸’ 아시모보다 휴보의 소박한 이미지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연예인처럼 아예 전담 매니저까지 두게 됐다.

후속 기종을 병행해서 개발하는 전략도 휴보의 대외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오 교수팀은 휴보의 초기 모델인 KHR-1 개발이 끝날 무렵 KHR-2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4년 말 KHR-2가 발표될 무렵 휴보도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후속 모델인 알버트 휴보와 FX 모델 역시 동시에 개발을 진행했다. 이런 개발 방식은 휴보가 아시모보다 더 빨리 진화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 교수는 “성능은 아시모가 더 뛰어나지만, 지명도에선 휴보가 아시모를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로봇 기술은 일본이 한 수 위지만, 매니지먼트 능력은 한국이 한 수 위라는 것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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