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종대]韓-中‘동반자 관계’ 맞습니까

  • 입력 2007년 8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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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한마디로 규정하는 양국 정부 간 공식 용어다. 2003년 7월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 이 같은 용어에 합의했다. 2005년 11월 후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양국 정상은 이를 재확인했다.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은 24일 양국 정상은 축전을 교환하며 “양국 관계가 15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03년 합의한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두 나라를 한 차원 더 성숙한 관계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양국이 수교한 뒤 최근까지 15년간의 변화상은 눈부실 정도다. 1992년 63억7000만 달러였던 양국 간 무역액은 지난해 1180억 달러로 18.5배 증가했다(한국 통계). 중국은 한국에 제1의 무역상대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국(홍콩 제외)이다. 한국의 대(對)중국 투자는 상위 3, 4위를 다툰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투자액은 349억 달러에 이른다.

1992년 13만 명에 불과했던 양국 방문객은 지난해 482만 명으로 37배 늘었다. 중국엔 70만 명의 한국인이 상주한다. 매주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800여 회에 이른다.

중국 언론은 최근 한중 15주년 기념 특집 기사에서 이런 양국 관계의 발전을 ‘눈부신 성과, 세계인이 주목하다(碩果累累, 世人囑目)’라는 제목으로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양적 성장과 달리 종종 한중 관계의 현실은 과연 양국의 관계가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백두산에 투자할 기업가가 거의 없었던 1990년대 중국 정부의 간절한 요청에 따라 백두산에 거액을 투자한 한국인들은 지난해부터 갑작스러운 중국 정부의 철거 방침에 황당할 따름이다. 20∼30년의 영업 허가 기간이 남아 있고 당초 철거의 명분으로 삼았던 세계유산 등록이 올해 들어 무산됐지만 중국 정부의 철거 방침은 요지부동이다.

일방적으로 제시한 헐값 보상금에 철거를 완강히 거부하던 한 한국인 투자자는 최근 공권력을 동원한 중국 정부의 강제철거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났다.

올해 5월 12일 한국의 골든로즈 호가 중국 해역에서 침몰했을 때도 중국은 이 배를 들이받고 도주한 진성호 선원들의 책임을 먼저 묻기는커녕 골든로즈 호의 조난 설비가 미비했던 점부터 문제를 제기했다.

엄연한 한국의 고대사인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라며 우기고도 항의하면 ‘일부 학자의 주장에 불과하다’며 논의조차 거부한다. 중국은 최근 20여 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라고 주장했던 일이 없었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런 일련의 사건을 놓고 스스로도 한탄한다. 도저히 문명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런 행위가 중국의 명예와 위신에 먹칠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한다. 나아가 중국의 법과 제도, 의식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려면 멀어도 한참 멀었다고 자책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일련의 사건이 미국인에게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물으면 대답은 달라진다. 중국이 한국에 보여 준 태도와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실이 이런데도 한국 정부는 ‘조용한 외교’를 외친다. 시끄럽게 떠드는 것보다 조용하게 실리를 챙기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조용한 외교’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곰곰이 반성할 때가 온 듯하다.

중국 역시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허울 좋은 미사여구를 넘어 진실로 구현될 때만 양국 관계가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국이 외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는 첩경이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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