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독감’에도 서울은 ‘재채기’만

  • 입력 2007년 8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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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해진 증시 체력… 다우존스 2.10% 급락에도 코스피 0.17% 하락 그쳐

‘미국 증시가 재채기를 하면 감기에 걸린다’는 한국 증시가 최근 며칠간 모처럼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증시 흐름에 영향을 받는 양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미국 시황에 지나치게 휘둘려 변동폭이 커지는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곧바로 한국 증시에 전이될 가능성이 적어졌다는 심리적 안도감을 가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경제지표에 춤추는 뉴욕, 차분한 서울

29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12포인트(0.17%) 하락한 1,826.19를 나타냈고 코스닥지수는 1.79포인트(0.24%) 떨어진 758.6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한때 1,773.05까지 추락했지만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만회해 약보합으로 비교적 선방했다. 외국인은 6454억 원을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입 금액을 뺀 것)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984억 원, 4386억 원을 순매입했다.

28일 뉴욕 증시는 각종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등 악재로 폭락했다. FRB는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 위협을 가장 큰 우려로 지목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를 무산시켰다.

또 이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005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미국 전국주택가격지수도 198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날보다 280.28포인트(2.10%) 급락한 13,041.85에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지수는 60.61포인트(2.37%) 내린 2,500.64에 마감했다. 이 영향으로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 급락 없는 한 연동성 커지지는 않을 듯”

뉴욕 증시는 24일 지난달 신규 주택 판매가 예상 밖의 증가세를 보인 데 힘입어 상승했다가 다음 거래일인 27일에는 기존 주택 판매량 감소세 여파로 하락하는 등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큰 폭으로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미국 증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 지표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지수는 뉴욕 증시가 상승한 다음 날인 25일에는 강보합 수준으로 마무리됐다가 뉴욕 증시가 하락한 다음 날인 28일에는 1.46% 훌쩍 올랐다.

한국투자증권 강성모 상무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빼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적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시장에 있는 것 같다”며 “기관들이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실탄’을 갖고 있어서 펀더멘털의 변화가 없는 한 미국 증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심리도 있다”고 분석했다.

강 상무는 “뉴욕 증시가 8월 중순의 저점을 밑돌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한 한국과 미국 증시의 연동성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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