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힘내라, 당신은 ‘완소남’

  • 입력 2007년 8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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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도 좋고 인기도 많고 학교에선 반장/그 무시무시한 무서운 이름 엄마 친구 아들/심성도 곱고 효도도 하는 그 이름/바로 엄마 친구 아들….”

지난해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홍익대 그룹사운드 블랙테트라의 ‘엄마 친구 아들’ 중 한 소절입니다.

한국 남성의 최대 라이벌이라는 엄마 친구 아들은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만화 ‘골방환상곡’의 등장인물입니다. 극 중 엄마가 복학생 아들에게 잔소리할 때 비교 대상으로 매번 등장하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엄친아’라는 줄임말로 불리며 화제가 됐습니다.

‘공부가 가장 쉽다’는 엄친아는 명문대에 입학해 토익 900점에 우수한 학점으로 바늘구멍 같은 대기업 입사도 거뜬히 해냅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엄친아로 괴로운 청년기를 보내야만 했던 30, 40대 남성 직장인들에게 최근 또 다른 ‘숙명의 적’이 등장했습니다. 어느덧 엄친아가 결혼을 해서 아내 친구 남편, ‘아친남’이 된 것이지요.

아친남은 회사에서도 승승장구하고, 퇴근 후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기념일이면 로맨틱한 이벤트로 아내를 기쁘게 합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모(32) 씨는 “아내가 ‘내 친구 ○○ 알지? 걔 남편이…’라는 말만 꺼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말합니다. 엄친아, 아친남 모두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말 그대로 한국 남성들의 인생을 고달프게 만드는 일등 공신들이죠.

집 안팎에서 비교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대기업 과장 진모(36) 씨는 “이러다가 조만간 딸 친구 아빠, ‘딸친아’에 또 비교당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푸념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땅에서 아들, 남편, 아버지라는 1인 3역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겹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 남성의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을 비교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인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이니까요.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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