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복원한 황새 암수 한쌍 야생방사 70일 현장 가다

  • 입력 2007년 8월 2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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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진 황새(천연기념물 199호)가 야생 방사된 지 두 달이 지났다. 국내에서 황새는 본보 특종(1971년 4월 1일자 1면)으로 충북 음성군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다가 수컷이 밀렵꾼에 의해 죽고 ‘과부 황새’마저 1994년 죽으면서 멸종됐다. 이후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소장 박시룡 교수)가 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를 들여와 복원 작업을 시작해 인공번식과 자연번식에 성공해 6월 15일 수컷 ‘부활이’와 암컷 ‘새왕이’ 한 쌍을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그 후 70여 일, 이들은 잘 적응하고 있을까. 박 교수는 “50∼6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먹이 사냥=부활이와 새왕이의 새 보금자리는 충북 청원군 미원면 화원리 6600여 m² 규모의 황새 시험 방사장. 약간 비탈진 곳에 연못과 습지, 논의 3단 구조로 만들어졌다. 황새가 방사장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도록 1.8m 높이의 철조망을 둘렀고, 날개 깃털도 일부분을 잘랐다. 깃털을 약간 자르면 균형이 맞지 않아 황새가 높이 날지 못하기 때문.

황새복원센터는 황새 먹이로 4주에 25kg 정도의 미꾸라지를 방사장에 풀어 넣고 있다. 그러나 이 미꾸라지를 부활이와 새왕이가 다 잡아먹지는 못하고 있다. 30%는 땅속으로 숨고 30%는 기존 텃새들이 잡아먹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황새들은 부족한 먹이를 야생에서 구하고 있다. 방사 초기 지천으로 널렸던 올챙이를 비롯해 메뚜기, 방아깨비, 잠자리, 소금쟁이 등 곤충을 잡아먹으며 점차 야생성도 살아나고 있다. 지금은 유혈모기 등 뱀 종류도 거뜬히 먹어 치운다.

그러나 새왕이의 몸무게가 다소 줄어 적응이 쉽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충북도 수의학과가 최근 몸무게를 조사한 결과 부활이는 방사 전 5kg보다 200g 정도 늘어났지만 새왕이는 300g(방사 전 3.5kg) 줄었다.

박 교수는 “수컷인 부활이는 먹이 잡는 능력이 좋지만 새왕이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몸무게가 준 것으로 보인다”며 “새왕이의 체중 감소는 국내에서 황새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 알려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새와 비슷한 왜가리와 백로가 비슷한 먹이를 먹는데도 황새만 사라진 것은 상대적으로 먹이 잡는 기술이 뒤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습지의 최강자이지만 수난도 당했다. 방사된 지 얼마 안 돼 부활이가 먹이를 찾다가 벌에 쏘여 눈이 퉁퉁 붓는가 하면, 새왕이는 기존 보금자리 주인인 꿩의 둥지에서 서성거리다가 공격을 당해 진흙탕에 빠지기도 했다.

▽3년 연구 프로젝트로 황새마을 조성이 목표=부활이와 새왕이의 야생 적응 모습은 황새복원센터 소속 연구원 4명이 24시간 관찰하고 있다.

김수정(32·여·박사과정) 연구원은 “야생 황새의 몸무게 변화, 영양상태 등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해 황새마을 조성을 위한 연구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새복원센터는 해마다 방사 마릿수를 늘린 뒤 100마리 정도가 되는 2012년경 보호막을 걷어내고 황새마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본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 시의 황새마을 조성 사례를 토대로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청회와 국제심포지엄을 여는 등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도요오카 시는 1965년부터 황새 복원 사업을 벌여 지금은 11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황새의 춤’이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나오고 맨홀 뚜껑에까지 황새 문양을 새기는 황새도시로 탈바꿈해 관광객이 넘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황새마을 조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4년부터 논의됐지만 예산 문제로 청원군이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방사장 일대에 황새마을이 만들어지면 친환경 농산물 생산지라는 이미지로 관광객이 늘고 세계적인 명소로도 키울 수 있다”며 “지자체와 문화재청의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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