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피살에 경악… 피말린 협상… 마침내 결실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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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TV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 억류됐던 피랍자들의 석방 합의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TV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 억류됐던 피랍자들의 석방 합의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피랍서 석방까지

‘19일 한국인 23명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

지난달 20일 한낮에 로이터통신을 통해 전해진 이 한 줄의 뉴스는 피랍자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을 경악시켰다.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소속 봉사단원인 이들은 7월 13일 봉사하러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19일 버스를 타고 수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이동하던 도중 고속도로에서 탈레반에 붙잡혔다.

처음 탈레반은 7월 21일 낮 12시(한국 시간 오후 4시 반)까지 철군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오후 긴급히 청와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연말까지 군대를 철수할 예정임을 강조했다.

외교통상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 대책반이 22일 현지에 급파됐다.

그러나 협상은 암초에 부딪혔다. 탈레반이 7월 24일 ‘한국군 철수’ 요구를 바꿔 인질 8명과 아프간 정부에 수감된 같은 수의 탈레반 동료를 맞교환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죄수 석방은 안 된다는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탈레반은 25일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실패했다며 한국인 남성 인질 한 명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배형규 목사가 26일 가즈니 주의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첫 희생자가 나온 뒤 한국 정부는 26일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파견했다. 이날 미국 CBS방송은 피랍 이후 처음으로 여성 인질 임현주 씨의 육성을 공개했다. 탈레반이 심리전을 펴기 시작한 것.

백 특사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7월 31일 심성민 씨가 또 살해됐다.

인질 협상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8월 들어 한국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의 대면 협상이 이루어지면서부터.

10일과 11일 적십자사 관계자만 배석한 가운데 가즈니 시 적신월사에서 대면 협상이 진행됐다. 이 결과 13일 김지나 김경자 씨가 극적으로 석방됐다. 이어 16일에도 3차 대면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18일 탈레반 측은 또다시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할 수 있다”고 말해 인질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5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한국-탈레반 인질 19명 전원 석방 합의”를 보도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4차 대면 협상이 이뤄진 28일 오후 8시 25분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인질 전원 석방’ 합의를 발표했다. 41일간에 걸친 악몽의 인질 사태가 마침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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