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41일 어떻게 지냈나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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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41일이었다. 낯설고 열악한 환경과 탈레반의 끊임없는 위협, 날로 저하되는 체력과 가중되는 정신적 스트레스…. 인질들은 언제 풀려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힘겹게 버텨 왔다.

인질 19명은 일단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12명은 통화로 신변 안전을 확인했고 나머지 7명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피랍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질들도 억류 생활에 적응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탈레반이 장악한 마을의 민가에 분산 수용돼 환경에 점차 적응하며 건강을 추스른 것으로 보인다.

물라 사비르 가즈니 주 탈레반 사령관은 본보 통신원인 아마눌라 칸(가명) 씨와의 통화에서 “인질들이 주변 환경에 익숙해졌고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탈레반의 감시도 꽤 완화돼 인질들은 억류돼 있는 마을 주변을 잠시 산책할 수도 있었다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전했다.

그동안 인질들은 탈레반이 주는 아프간 전통 빵(난)과 과일, 주스, 차, 치즈 등으로 연명했지만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간간이 제공된 과자나 청량음료는 냄새가 나고 질이 떨어졌다는 것.

특히 억류 초기엔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었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열악한 억류 상태가 불러온 각종 문제가 겹치면서 과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인질의 경우 병사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상당수는 소화불량과 위장 장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건강은 더욱 심각했다. 일부 여성 인질은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 심리적인 동요를 보이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유정화 씨로 추정되는 여성은 육성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매일 한 명씩 죽이겠다고 위협한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인질들은 초기에는 산악의 토굴 등에서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마저 탈레반이 은거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이동시켰다. 한낮엔 40도를 웃도는 더위와 급격한 일교차는 이들의 체력을 소진시켰다. 분리 수용된 채 서로의 소식을 알 수 없는 불안감도 이들을 짓눌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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