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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민웅]대통령 ‘비뚤어진 언론관’이 화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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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민웅]대통령 ‘비뚤어진 언론관’이 화근이다

입력 2007-08-29 03:01수정 2009-09-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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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공무원 취재 봉쇄 조치를 집요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란 공공 문제에 관한 정보를 생산, 수집, 관리하는 제1의 주체이고 거기서 일하는 공무원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다. 따라서 언론의 공무원 접촉을 봉쇄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반민주적 행위와 다름없다. 당연히 언론과 국민의 저항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편 가르고 정당성 흠집내기

정권의 언론정책에는 대통령의 언론관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노 정권의 언론정책도 마찬가지다. 노 정권의 언론정책에는 이전 정권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되는데, 그것들은 모두 노 대통령의 언론관에서 비롯됐다.

먼저, 노 정권의 언론정책은 위헌적 법률을 만들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저돌성은 악명 높은 5공화국 군사정권에 견줄 만하다. 그러나 교활성은 더 윗길이다. 5공 정권은 우직하게 모든 언론을 하나로 보고 일률적으로 탄압했으나, 노 정권은 김대중 정권에서 시작된 ‘편 가르기’를 배워 어용 언론에는 당근을, 비판 언론에는 채찍을 가하는 이원화 전략을 교묘하게 구사해 한때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언론들이 나에게 ‘이지메’(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일본어)를 가하고 있다. 내가 ‘언론과 전쟁 불사’라고 말한 진의는 조폭적인 언론의 횡포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더는 언론에 굽실거리지 않겠다.” 노 대통령이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 한 말이다. 집권 이후 내내 계속된 ‘언론과의 전쟁’은 다분히 개인적 원한에서 나온 이 말을 실천에 옮긴 것이 아니겠는가.

노 정권의 편 가르기는 언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념, 빈부, 세대, 학벌, 거주 지역 등 국민을 이리저리 갈가리 찢어 편싸움을 붙였다. 사람 외에 변변한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사람을 집단으로 편을 갈라 서로의 힘을 소진시키는 일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하기 힘든 어리석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여권의 경선 후보 십수 명의 지지도 합을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앞서고 있는 것도 바로 국민이 노 정권의 편 가르기가 경제를 비롯해 나라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노 정권은 ‘회유와 협박’이라는 역대 정권의 전통적 언론 관리 방식에서 더 나아가 언론과 언론인의 도덕적 정당성에 흠집을 내는 ‘탈정당화(illegitimation)’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기자들에 대해서는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서 기사를 담합한다”고 조롱하고, 언론에 대해서는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부당하게 짓밟고 힘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등 부당한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고 폄훼한다.

5공 정권의 언론 탄압은 폭력적이었을망정 모욕적이지는 않았다. 노 정권은 기자실에 대못을 박으면서 ‘방을 빼라’고 윽박지른다. 조만간 용역업체를 동원해 기자를 철거민처럼 거리로 내몰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러니 ‘기자가 된 것에 대해 요즘처럼 굴욕감을 느낀 적이 없다’는 분노와 모멸감이 언론계에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노 정권에 우호적이던 언론사 기자들까지 취재 봉쇄 조치에 저항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셋째,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기자실이 되살아날 것 같아서 제가 확실하게 대못질을 해 넘겨주려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이는 국정홍보처장 등 하수인들이 취재 봉쇄 조치가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궤변을 늘어놓으며 밀어붙이는 배경의 하나다. 과연 다음 정권이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취재 봉쇄 조치를 수용하리라고 믿는가?

‘국민 눈-귀 대못질’ 철회해야

창피한 일이지만 노 정권의 언론정책 하수인은 모두 기자 출신이다. 이병완, 이백만, 윤승용, 김창호, 양정철 등이다.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자. 그러나 이들 가운데 누가 후배 기자와 국민에게서 ‘매언노(賣言奴)’ 소리를 듣고 싶어 하겠는가. 이들은 어디까지나 하수인이다. 이들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대통령이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안온한 퇴임 후를 생각해서라도 국민의 눈과 귀에 대못을 박는 취재 봉쇄 조치를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온갖 풍상을 거치며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 언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라.

이민웅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교수·언론학 minw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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