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부상 투혼’ 관중들 기립박수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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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곳을 향하여…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삼성증권)이 28일 도미니크 에르바티와의 US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서브를 넣기 위해 공을 토스하고 있다. 이형택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3-2로 이겨 2회전에 올랐다. 뉴욕=EPA 연합뉴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삼성증권)이 28일 도미니크 에르바티와의 US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서브를 넣기 위해 공을 토스하고 있다. 이형택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3-2로 이겨 2회전에 올랐다. 뉴욕=EPA 연합뉴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통증이 엄습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다.

200여 교민 응원단의 뜨거운 시선에 새로운 힘을 얻은 그는 기어이 역전승을 거둔 뒤 환호했다.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 이형택(31·삼성증권). 세계 43위인 그는 28일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경기 막판 다리 경련으로 ‘메디컬 타임’까지 요청한 끝에 세계 36위의 강호 도미니크 에르바티(슬로바키아)를 4시간 20분 만에 3-2(6-7<4-7>, 6-4, 7-5, 6-7<6-8>, 6-4)로 눌렀다.

2000년 이 대회에서 메이저 16강의 쾌거를 이뤘던 이형택은 부상 투혼 속에 첫 관문을 통과해 세계 14위 기예르모 카냐스(아르헨티나)와 32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1세트를 5-1까지 앞서다 역전당한 이형택은 4세트에선 매치 포인트까지 잡았다가 지는 등 힘겹게 경기를 풀어 갔다.

5세트에서도 4-3으로 앞섰지만 양쪽 허벅지에 근육통이 심해져 응급조치를 받으며 4-4 동점을 허용했다. 잠시 마사지를 받은 그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5-4로 앞선 뒤 다리를 절면서도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승리를 결정지었다. 관중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지며 “이형택”을 외치는 함성이 쏟아졌다.

이형택은 “쥐가 났을 때는 하늘이 노랬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질 것 같으니까 기권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사력을 다했다. 열흘 전 태어난 아들 창현이를 빨리 보고 싶지만 여기 오래 머물며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주원홍 삼성증권 감독은 “너무 안쓰러워 선수 보호를 위해 타월이라도 던지고 싶었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형택이를 10년 넘게 지켜봤지만 이런 경기는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다음 달 한솔코리아오픈 출전을 위해 방한하는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키라 나지(헝가리)와의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시속 208km의 강서브를 터뜨려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세운 여자 선수 메이저대회 최고 서브 기록(206km)을 갈아 치우는 괴력을 과시하며 2-0으로 이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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