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경제현장 속으로]<1>화폐금융박물관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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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진짜 돈이에요?” 방정현(15) 군이 놀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플라스틱 재질의 투명의자에는 분쇄된 1만 원권 지폐 19kg, 1억7000만 원어치가 들어 있다.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박종복 과장은 “훼손된 지폐는 분류기에서 자동으로 걸러진 뒤 분쇄된다”며 “돈은 면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분쇄 후 재활용돼 바닥재나 방진재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

25일 ‘놀토(노는 토요일)’를 맞아 서울 휘경중 오성란(42·여) 교사와 3학년 학생 4명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화폐금융박물관을 찾았다.

화폐금융박물관은 한은 창립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2001년 문을 열었으며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올 6월 중순 전시공간을 확장해 재개관했다.

○ 1억 원 들어보고, 한은 금고 구경하고…

새로 문을 연 2층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한은 금고 모형 전시실이다. 영화에서 보던 대로 원형 손잡이를 돌려 금고 안으로 들어서니 유리벽 안에 18억 원 분량의 1만 원권 모형 지폐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벽 앞에는 돈의 무게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이민지(15) 양은 1억 원의 모형 지폐가 들어 있는 자루를 들어 보고는 “생각보다 가볍다”고 말했다.

옆에 서 있던 김인곤(15) 군은 “이렇게 돈이 많은데 내 돈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1만 원권 지폐 초상 자리에 방문객의 얼굴을 넣어 주는 즉석사진 코너도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호응이 컸다.

서솔(15) 양은 “소중한 지폐에 들어갈 사진이니 얼굴이 작게 나와야 한다”며 유난히 신경을 써 일행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박 과장은 “평일에는 평균 850여 명, 주말에는 950여 명이 찾는다”고 소개했다.

○ 강좌 듣고 질문하며 ‘아하!’

전시실을 둘러본 일행은 주말마다 열리는 화폐문화 강좌를 들었다.

경제교육센터 오석은 조사역이 강의를 마치자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물가를 어떻게 측정하나요?”(서솔)

“통계청에서 재화의 가격을 측정해 소비자물가지수를 내고, 여기에 한은에서 생산자 및 수출입업체를 조사해 얻은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출입물가지수를 결합합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어떻게 조절하나요?”(김인곤)

“금리를 통해서 조절합니다. 이자가 높으면 돈을 빌리는 사람이 적어지고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가게 되죠.”

학생들의 관심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액권 초상으로 모아졌다.

오 조사역은 학생들이 ‘왜 꼭 인물 초상을 넣어야 하느냐’고 묻자 “상대적으로 정교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위조를 막기 위해 인물을 넣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 화폐금융박물관에서 배운 것들

화폐금융박물관 견학을 마친 학생들은 한국은행과 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방정현 군은 “가장 큰 은행으로만 알았던 한국은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물가 안정이 왜 중요한지 배웠다”고 말했다.

이민지 양은 “돈을 맡기면 해당 은행 안에서만 돈이 오가는 줄 알았는데 한국은행이 중간에서 정산을 하면서 돈이 경제 전반에 돌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오 교사는 “중학교에서는 경제가 사회과목에 포함돼 있어 2개월 정도밖에 가르칠 수 없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기본적인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모처럼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한은 화폐금융박물관(museum.bok.or.kr)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에 문을 연다. 관람료는 없으며 개별 방문객의 경우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박물관 가이드가 안내해 준다.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화폐문화 강좌가, 오후 2시에는 경제 강좌가 열린다. 02-759-4881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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