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현장에서/‘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대비해야

  • 입력 2007년 8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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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고 ‘티코’를 만들지는 않겠지만 ‘벤츠’ 같은 주택을 만들겠다는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9월 시행을 앞둔 청약가점제와 분양가상한제로 고민 중인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의 푸념이다.

제도 도입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무주택자들이 주변 시세보다 싼값에 집을 살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 건설사들은 주택의 품질이 떨어져 오히려 소비자 후생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가가 떨어지면 당장 내 집 마련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의 택지개발지구에서 수많은 아파트가 나왔지만 주변 지역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르는 곳이 많았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인기 택지지구는 ‘로또’가 된 지 오래다. 주변 집값이 택지지구 내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택지지구 아파트 값이 주변 수준으로 바로 뛰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안정의 열쇠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주택 품질이 저하된다는 건설사의 논리는 허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아파트가 ‘깡통’이 될 수 있겠는가. 더욱이 그간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사력을 다해 온 건설사들이 선뜻 품질 저하라는 카드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주택시장은 지금도 출혈경쟁까지 감수해야 하는 ‘레드오션’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기업은 기업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정부 규제가 가져온 새로운 예산선과 수급 조건 아래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개입에 따른 시장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정부는 공급 부족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싼값에 택지를 공급해야 한다. 지금처럼 건설사들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우면서 택지를 공급하는 공기업들에는 땅장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준다면 주택시장의 안정은 요원하다. 건설사들은 기술 개발을 통한 비용 절감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실력이 드러날 때다.

정세진 경제부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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