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행이다, 모두 힘들었다

  • 입력 2007년 8월 28일 23시 11분


코멘트
남아 있던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19명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어제 오후 탈레반 무장세력과 네 번째 대면(對面) 접촉을 하고 남은 피랍자 전원 석방에 합의했다. 낭보(朗報)가 아닐 수 없다. 41일 동안 애끊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다. 피랍자들의 건강도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무고한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위로를 보낸다. 정부는 피랍자들이 완전 석방돼 우리 관할지대로 인계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정부는 석방 협상을 하면서 탈레반 무장세력이 내건 ‘동의·다산부대 연내 철군’과 ‘아프간 기독교 선교 중지’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동의·다산부대의 연내 철군은 원래 예정돼 있던 것이니만큼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또 기독교 선교 중지 조건도 일부 교회의 무분별한 선교활동을 반성한다는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혹시 이면 협상에서 몸값을 지불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지만, 19명의 목숨을 생각한다면 새삼 논란을 벌일 일은 아니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그러나 반(反)문명적, 반인륜적 인질범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확립된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국가적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협상이 선례가 돼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인을 노린 납치극이 자행될 수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아프간 봉사단 23명의 피랍사건은 우리 국민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줬다. 봉사단의 리더였던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가 살해됐을 때는 온 국민이 몸을 떨었다. 그동안 우리 국민 모두는 신경쇠약증에 시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석방 합의 사실을 발표한 직후 “기독교계와 아프간 선교 중지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기독교계는 정부가 나서기 전에 스스로 이슬람 선교 실태를 되돌아보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칙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함께 가슴 졸인 국민에 대한 도리다. 더는 국민에게 이런 걱정을 끼쳐선 안 된다.

정부 또한 자국민 안전과 보호에 미비한 점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에도 정부는 피랍사태가 발생한 후에야 아프간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비판을 받지 않았는가. 초기 대응에 미숙했다는 지적도 있다.

피랍자 석방을 위해 노력한 우방(友邦)들과 국제사회, 그리고 여러 이슬람 국가의 노력에도 깊이 감사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