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北에 국수공장 건립추진 논란

  • 입력 2007년 8월 28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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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지부장 이상욱)가 조합 적립금 중 5억 원을 투자해 북한에 옥수수 국수공장을 지어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민간단체, 종교단체 등에서 북한에 국수 공장 등을 지은 사례가 있지만 특정 기업 노조가 북한에 국수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의 일부 대의원과 조합원들은 "조합원 후생복지와 쟁의에 대비해 쌓은 조합비를 북한주민 돕기에 쓰는 것은 징수 목적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7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북한 모란봉 지역에 옥수수 국수공장을 짓기 위해 조합 적립금 5억원을 쓰는 방안을 참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옥수수 국수공장 건립에 필요한 옥수수 분쇄기, 제면기 등 설비 일체를 지원하고, 북한 측은 공장부지와 노동력을 제공하게 된다.

노조는 다음달 중 남측 '우리겨레 하나되기 울산운동본부'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와 실무협의를 열어 공장건립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노조의 결정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의원대회에 참여했던 한 대의원은 "수억 원이 들어가는 국수공장 건립 사업은 노조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도 "노조 집행부가 바뀌면 사업이 계속 추진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수공장 건립 지원방안에 대해 참석 대의원(326명) 중 39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같은 날 쟁의돌입 결의안은 참석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조합 적립금은 대의원 대회의 결의(3분의 2 이상 참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가 있으면 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북한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은 노조의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1인당 통상급의 1%를 조합비로 받아 지금까지 약 75억 원을 적립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배손근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대차 노조처럼 큰 노조는 남을 위해 봉사할 수도 있다"면서도 "13년 연속 파업을 벌이며 여론의 비판이 집중돼 있는 현대차 노조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19951067|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20021009|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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