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靑, 정윤재씨 사표수리 협의해와”

  • 입력 2007년 8월 28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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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386' 측근 중 한 명인 정윤재(43)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부산의 건설업체 사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정상곤(53·구속)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을 문제의 사주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한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검사는 28일 "지난해 8월,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이던 정 국장과 건설업체 사주 김모(41) 씨와의 식사 자리를 정 전 비서관이 주선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과 김 씨는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김 씨의 부탁을 받은 정 전 비서관이 지난해 8월 말 서울 종로구 모 한정식집에서 정 국장과 김 씨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다. 당초 이 자리에는 정 전 비서관도 합석했다 자리가 파하기 전 먼저 떠났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는 8월 중순 부산국세청장실로 정 국장을 찾아가 "H토건과 J건설의 세금추징액을 줄이고 I기업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한 뒤 정 전 비서관에게 정 국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국장과 김 씨로부터 정 전 비서관이 자리를 주선했고 세 사람이 식사를 같이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 국장은 알지만 정 국장, 건설업체 사장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그는 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는 "두 사람을 소개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의 저녁식사 자리를 주선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정 국장에 대한 사법처리 시점에 청와대에서 (정 국장 사건과) 정 전 비서관이 관련이 있는지, (정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해도 되는지 연락이 왔다. 그래서 식사자리에만 있었을 뿐 돈을 받지 않았고 혐의도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이 수사할 당시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련자를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통해 파악했을 뿐"이라며 "그만두겠다는 사람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검찰에 물어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정 국장이 구속된 10일 사의를 표명했으며 정 국장은 16일 기소됐다.

천 대변인은 "청와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를 당시부터 지금까지 알 수가 없었다"며 정 전 비서관의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이달 말부터 부산 모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게 돼 이미 7월부터 후임 내정자와 업무 인수인계 작업을 해왔으며, 8일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면서 후임자가 정상회담을 충실히 준비하기 위해 예정보다 빨리 사의가 수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8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기 직전 지인들과 만나 "9, 10월까지 청와대에 더 있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정 국장이나 김 씨 모두 정 전 비서관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는 진술을 했고 그가 돈을 받았다는 정황도 없어 참고인 신분 조사나 별도의 수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도 "이미 검찰 수사가 정리가 된 만큼 청와대 차원에서 조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정 국장의 구속 일에 정 전 비서관의 후임 인사가 발표된 게 석연치 않고 검찰의 태도도 의혹을 부추긴다"며 "정 전 비서관은 왜 이 만남을 주선했는지, 건설사 사주와는 무슨 관계인지, 왜 의전비서관직을 사직했는지 떳떳이 밝히라"고 요구했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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