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 갈수록 확산...사망자 63명으로

  • 입력 2007년 8월 28일 09시 37분


코멘트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 전역을 휩쓸고 있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나흘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산불로 인한 사망자수도 63명으로 늘어났고 이재민은 수천 명에 이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10여 개 국이 인력 및 장비를 지원하고 군인과 소방 당국이 총동원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번지고 있는 불길을 잡는 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니코스 디아만디스 소방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까지 만 하루 동안 89건의 새로운 산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산불이 방화의 소행이라고 선언한 뒤 범인 검거에 총력을 쏟고 있다. 정부가 제보자에 100만 유로를 내건 가운데 현재까지 7명의 방화범이 기소됐으며, 나흘간 용의자 32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리스 검찰은 방화범에 대해 반(反) 테러법이나 조직범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강한 바람이 산불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영토에는 북쪽의 에르보스에서 남쪽 펠로폰네소스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을 주민들이 호스와 양동이를 든 채 집으로 번져오는 불을 끄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불길은 북쪽 국경을 넘어 불가리아와 알바니아에까지 번지고 있으며, 불가리아에서는 주말에 이미 2명이 숨졌다.

올림피아 마을에 있는 고대 올림픽 발상지와 부속박물관의 경우 2천800년 된 인류의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필사적 노력으로 코앞까지 닥친 불길을 잡는데 성공, 가까스로 화마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박물관에서 불과 몇m 떨어진 편백나무와 소나무 숲은 완전히 전소됐으며 인근 마을도 숯 더미가 됐다.

이번 대형 산불로 그리스는 오는 9월16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늑장대처와 환경 정책이 집중 성토되고 있다.

올림피아 마을의 교사인 제라시모스 카프롤리아스는 "분노가 치민다. 정부는 이 상황을 타개하는데 완전히 무능력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린피스 그리스 사무소는 올 여름 들어 계속된 산불로 그리스 국토 중 20만 ha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신은 이번 산불이 전 세계적으로 지난 150년 동안 발생한 최악의 산불 중하나라고 보도했다.

1987년 중국에서는 산불로 119명이 목숨을 잃고 5만1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949년 프랑스에서는 남서부 지방을 휩쓴 산불로 82명이 숨졌다.

근세기 최악의 산불은 1871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일어났는데 당시 사망자 규모는 800~1천2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