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법정]<14>인터넷 허위사실 ‘펌글’도 명예훼손?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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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확인도 않고 유포했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죠

인터넷에 게시한 글이나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이 계속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실명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자는 논의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그런데 게시판의 글을 단순히 복사해서 다른 곳에 게시하는 이른바 ‘펌글’도 명예훼손이 되는 것일까요?

[1] 키워드 및 배경지식

‘명예’란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말합니다. 이때 공연히,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摘示·지적하여 보임)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받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다만 적시한 사실이 진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또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역시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펌글’의 경우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하도록 해 주는 걸까요?

[2] 대법원 판결(2006년 1월 27일)

대법원은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행위자가 △사실의 성격 △정보원의 신빙성 △사실 확인의 용이성 △적시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사를 다했는가, 그 진실성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로 뒷받침되는가 하는 점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얻는 무료 공개 정보는 누구나 손쉽게 복사·가공하고 게시·전송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용의 진위도 불명확하고 궁극적 출처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가상공동체(cyber community)의 자료실이나 게시판에 오른 자료를 보고 달리 사실관계를 조사하거나 확인하지도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을 적시했다면 설사 행위자가 그 내용이 진실이라 믿었다 한들,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렸다고 했습니다. 즉, 대법원은 인터넷 ‘펌글’의 경우 설사 행위자가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할지라도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3] 생각 키우기

어떤 경우를 ‘명예훼손’으로 인정할 것인가는 인격권 혹은 사생활의 비밀과 알 권리 혹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자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허위 사실을 적시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알 권리 혹은 표현의 자유와도 관계가 없으므로 당연히 명예훼손이 성립됩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허위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오직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행위자가 진실이라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까지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게 한다면 알 권리 혹은 표현의 자유가 너무 억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때도 행위자는 그것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확인을 하지도 않고 허위사실을 그저 진실이라고 믿은 채 유포하는 행위를 허용한다면 우리 사회는 ‘마녀사냥’의 광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4] 더 생각해 봅시다

어떤 사람을 패러디한 내용을 유포할 경우 패러디된 사람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 그러나 패러디를 통해 어떤 사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 할 수 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패러디 문화에 대해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그 이유는? (호서대 2005학년도 수시1 구술 문제)

[5] TIP

패러디와 명예훼손의 관계는 자주 출제되는 문제입니다. 우선 이는 인격권 혹은 사생활의 비밀과 알 권리 혹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문제임을 밝히고, 양자를 조화롭게 보장하려면 패러디의 대상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직 공공의 이익이라면 찬성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면 좋은 답변이 될 것입니다.

임상철 인피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easynonsul.com에 판례 원문과 관련 논술 및 생활법 경시대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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