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인수전 국내은행 역차별당해”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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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기준으로 세계 1위의 글로벌 은행인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HSBC가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와 구체적 인수 협상을 시작한 것을 두 달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며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금융 당국의 방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국내 여건이 조성돼야 매물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인수 경쟁에서 국내 은행이 밀리지 않으려면 금융 당국이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혀 온 농협 관계자도 “HSBC와 론스타는 당국 승인 없이도 양해각서(MOU)는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MOU가 이뤄지면 다른 국내 은행들은 주도권을 뺏긴 셈이 된다”고 우려했다.

HSBC와 론스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양측이 외환은행 인수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HSBC가 한국 법원의 최종 판결 전에라도 55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은행 지배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조건부 계약을 할 각오가 돼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그러나 금융 감독 당국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적법성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매각 승인이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은 “(HSBC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으로선 당초 방침과 달라진 게 없다”며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금감위 나름의 복안이 있지만 현재로선 구체적 방안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향배를 둘러싼 국내외 움직임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이 국내 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좀 더 구체적이고 투명한 원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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