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소리 울리면 0.001초를 잰다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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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육상 트랙 종목은 팽팽한 긴장을 깨는 총성과 함께 시작된다. 특히 100m와 같은 단거리는 스타트 반응 속도가 순위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가끔은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뛰쳐나가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0.150초 안팎의 시간이 흐른 뒤 출발하게 된다.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가장 빠른 스타트 반응은 0.130초(올루소지 파수바·나이지리아)였고 가장 늦은 것은 0.180초(쿠란디 마르티나·네덜란드령 안틸레스)로 0.05초나 차가 났다.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작은 차이긴 하지만 선수들이 딛고 있는 스타팅 블록(출발대·사진)은 이를 명확하게 구분해 낸다. 출발하는 순간 발바닥을 통해 블록에 전달되는 갑작스러운 압력을 1000분의 1초까지 측정하기 때문이다.

국제 규정상 총소리가 울린 뒤 0.1초 이내에 출발하면 부정으로 간주한다. 여러 실험을 통해 알아본 결과 사람의 반응 속도가 이보다 빠를 수는 없다는 게 근거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 기록할 수 있었던 단위는 5분의 1초(0.2초).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는 심판들이 80개의 스톱워치를 들고 육상기록을 쟀다.

미국의 스프린터 팀 몽고메리는 2002년 프랑스 파리에서 9초 78로 결승선을 통과해 1999년 모리스 그린(미국)이 세운 9초 79를 0.01초 앞당기며 세계기록을 세웠다. 나중에 금지 약물을 복용한 혐의가 확인돼 무효가 됐지만 당시 그는 0.104초라는 경이로운 스타트 반응 시간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단지 0.004초 차로 부정 출발에서 벗어난 것. 물론 당시 몽고메리의 기록은 규정 한계치인 초속 2.0m의 뒤바람 덕도 컸다.

현 세계기록(9초 77) 보유자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은 2005년 기록 수립 당시 0.150초 만에 출발했다. 몽고메리와는 0.046초나 차가 난다.

오사카=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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