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DJ 훈수정치’ 잇단 비판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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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격앙’민주당 박상천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날 이상열 정책위의장과 손봉숙 의원 등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원건 기자
민주당 ‘격앙’
민주당 박상천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날 이상열 정책위의장과 손봉숙 의원 등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원건 기자
“정치권 분열시킨 DJ, 대통합 주장 자격있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대통합’을 촉구하며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순형 의원을 비판한 것을 놓고 범여권에서 전직 대통령의 정치개입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1980, 90년대 정치권 분열의 주역이었던 DJ가 대통합을 주장하는 건 난센스”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의 일부 대선주자들은 DJ를 옹호하며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DJ의 정치개입 논란 가열=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열 정책위의장은 “(DJ가) 민주당이 민주신당에 합류하지 않은 게 매우 잘못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민주신당을 비호하는 말을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DJ가 2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민주신당 대선주자 추미애 전 의원에게 “(민주당을 떠나 민주신당에 합류한 것은) 참 잘했다”며 높이 평가한 게 문제가 있다는 것.

또 이날 회의에서 손봉숙 의원은 “최근 김 전 대통령이 한 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은 아주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DJ가 지난주 전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10월 초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 및 장소 등을 문제 삼았던 조순형 의원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 일부 지도자’를 거론하며 비판한 게 잘못됐다는 얘기였다.

이협 최고위원은 DJ가 전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만나서 한 발언이 ‘민주당의 정통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민주당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일에 관해서는 당력을 총집결해 대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반면 이날 민주신당 대선주자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DJ의 정치개입 논란에 대해 “국민이 요구하는 대통합 방향에 따르는 게 순리라고 하는 상식적인 얘기를 강조하셨다. 이를 대선 개입으로 보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DJ를 옹호했다.

또 추 전 의원은 MBC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대통합에 대해 서로 남 탓 공방하는 정치권을 향해 국민을 대신해 강하게 매를 드신 것 아닙니까”라며 DJ의 현실정치 관련 발언을 정당화했다.

▽DJ는 정치권 분열의 주역?=민주당 등 정치권에선 DJ가 1987년 대선 직전 당시 야당이었던 통일민주당을 깨고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던 것을 ‘정치권 분열’ 행보의 시발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같은 해 5월 김영삼(YS) 씨와 함께 신한민주당을 허물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했으나 YS와의 대선후보 단일화 요구를 뿌리치고 같은 해 11월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12월 대선에 후보로 나선다.

그러나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고 DJ는 YS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당시 야권에선 “DJ가 후보 단일화에 응해 YS와 DJ 중 한 명만 후보로 나왔다면 야당이 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며 DJ를 강하게 비난했다.

DJ는 또 1990년 1월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YS가 여당인 민주정의당, 야당인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해 민주자유당을 만들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1991년 4월 일부 재야세력을 끌어들여 평화민주당을 신민주연합당으로 재편한다. 이때도 통일민주당의 일부는 여기에 합류하지 않고 속칭 ‘꼬마 민주당’으로 남았다.

DJ는 나중에 ‘꼬마 민주당’까지 끌어들여 신민주연합당을 민주당으로 만들고 1992년 12월 대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DJ는 정계를 은퇴하고 영국으로 떠났다가 귀국해 1995년 정계에 복귀한 뒤 같은 해 9월 민주당을 깨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당시 민주당 이기택 총재는 DJ의 신당 창당에 반대해 끝내 새정치국민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DJ는 1997년 12월 대선에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현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DJ가 반복해서 정당을 깨고 새로 만든 역사를 돌아보면 결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촉발시켰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올해 들어 DJ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촉구하다가 민주당의 반발로 여의치 않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드는 과정에 힘을 실어준 데 대해 “DJ에게 배신당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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