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안온다” 위기의 工大… 주요 5개大 최근 5학기 교수공채 분석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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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245명 임용계획… 117명(47.8%)밖에 못뽑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의 공과대가 2005년 1학기부터 2007년 1학기까지 최근 5학기 동안 신임교수 채용 목표 인원의 절반도 뽑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학 분야의 우수 인력들이 교수직에 지원하지 않는 ‘공대 교수 기피 현상’이 주요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본보가 최근 5학기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의 공대 신임교수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당초 245명의 신임교수를 채용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117명(47.8%)만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고려대는 3분의 1도 못 뽑아

서울대는 올해 1학기 신임교수 공채 응시자 전원에 대해 ‘학문적 성과’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특히 기계항공공학부는 지원자 5명을 모두 서류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서울대는 최근 5학기간 6명 채용을 목표로 해서 5명을 채용한 2005년 1학기를 제외하고는 절반을 조금 웃도는 채용률을 보였다.

연세대도 올해 1학기에 4명의 공대 교수를 새로 채용하려 했지만 2명을 뽑는 데 그쳤다. 2005년 2학기에는 25명을 목표로 했지만 8명(32%)만 채용했다.

고려대는 최근 5학기간 당초 목표로 한 공대 신임교수 인원의 3분의 1도 못 뽑았다. 2007년 1학기와 2006년 2학기에 각각 17, 12명을 목표로 했지만 4명(23.5%), 1명(8.3%)만 뽑았다.

성균관대는 지난 학기 이 학교의 재단인 삼성그룹과 대학 측이 전략 학과로 개설한 반도체공학 전공에서 5, 6명 채용을 목표로 했으나 우수 지원자가 없어 교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 한양대 역시 최근 5학기간 31명을 채용하려 했지만 20명(64.5%)을 뽑는 데 그쳤다.

김도연 서울대 공대 학장은 “5년 전만 해도 공채 지원자의 3분의 2 이상이 ‘엑설런트’한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그런 지원자가 절반도 안 된다”며 “우수 지원자 중 누구를 선발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 교육 질 저하 우려

신임교수 채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요 공대의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5개 공대 모두 신임교수 채용이 줄다 보니 수강 인원이 적은 소규모 강의와 실험 실습 과목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양대는 교수 한 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를 줄여 교육부의 지원을 최대한 받아낸다는 방침이지만 우수 지원자가 적어 적극적인 채용이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연세대는 최근 과학 기술계의 화두인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관련 분야의 전공 교수를 거의 뽑지 못해 관련 과목을 개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상조 연세대 공대 학장은 “외국에선 이미 학부에도 IT, BT, NT와 관련된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한국은 대학원에서만 겨우 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해외 진학 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외국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최근까지 외국에서 활동해 현지 상황을 제대로 알려 줄 수 있는 젊은 교수가 부족하다는 것.

김도연 학장은 “젊은 교수들이 연구나 강의뿐 아니라 학생 지도, 특히 해외 진학 지도를 맡아 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젊은 교수가 줄면서 해외 진학 지도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신임교수를 뽑기 어려워지자 특채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특채 대상인 교수들이 보통 40대 중반 이상이다 보니 연령대가 높은 교수가 젊은 교수보다 많아지는 ‘역삼각형’ 인력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 임금, 연구환경에 주거환경까지 문제

주요 대학 공대에도 우수 지원자가 없는 원인에 대해 공대 관계자들은 외국에 비해 뒤떨어지는 임금과 연구 여건을 가장 먼저 꼽는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 사이에선 신임교수 공채에 합격하려면 미국 내 공대 순위 20, 30위권 대학에 채용될 수 있는 실력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임금과 연구 여건은 미국 내 20, 30위권 공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열악하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의 이우일 교수는 “미국의 20, 30위권 공대 조교수는 9개월(방학을 제외한 기간)간 약 7만∼8만 달러(약 6500만∼7600만 원)를 받지만 서울대 공대 조교수는 4000만∼5000만 원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외국 공대 교수로 있으면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직접 사업을 하거나 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는 게 가능하다”며 “겸직도 불가능하고, 인센티브도 없는 ‘공무원 교수’에 젊은 연구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거 환경, 자녀 교육도 한국행을 피하게 되는 원인이다.

실제 연세대는 최근 몇 년간 공을 들인 해외 석학급 교수에게서 스카우트 거절 의사를 통보받았다. 해당 교수는 연구 여건과 임금도 문제지만 가족이 한국의 교통, 물가, 환경 등을 불만족스러워한다며 계속 외국 대학에 남겠다는 뜻을 연세대 측에 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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