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해외훈련… 국가대표선수 하루 체재비 최고 110달러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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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전지훈련을 가면 허름한 숙소부터 구합니다. 훈련장과 운동 기구를 빌리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숙박비와 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죠.”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힘들다’는 태극 마크를 단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단 가운데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한 대부분 종목의 체육 지도자가 해외 훈련 때마다 겪는 어려움이다. 국가대표 선수는 해외 전지훈련 때 하루 체재비(숙박비+일당+식비)가 6급 공무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본보가 27일 문화관광부의 ‘국가대표 선수 여비 규정’과 중앙인사위원회의 ‘공무원 직급별 국외 여비 규정’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국가대표 선수의 해외 체재비는 6급 공무원의 50%

문화부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의 해외 체재비는 하루 70~100달러(약 6만6000~9만4000원) 수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가’ 지역으로 가장 많고, 대만 인도 등은 ‘나’,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은 ‘다’, 네팔 라오스 등은 ‘라’ 지역으로 분류된다. ‘가’ 지역을 기준으로 간식비 10달러(약 9400원)를 포함해도 하루 체재비는 최고 110달러(약 10만4000원)에 불과하다. ▶표 참조

국가대표 선수의 해외 체재비를 공무원의 해외 출장비와 비교해 보면 상당한 격차가 난다. 중앙인사위에 따르면 대통령의 하루 체재비는 2122달러(약 200만 원)에 이른다. 장관은 633달러(약 60만 원), 차관은 378달러(약 36만 원), 4~5급 공무원은 256달러(약 24만 원), 6급 공무원 이하는 222달러(약 21만 원).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올해 국가대표 일당을 10~20달러 올렸다. 국가대표 선수는 국고 보조금을 받아 많은 선수가 외국에서 훈련할 기회를 갖기 때문에 공무원 해외 출장비와는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해외 전지훈련비 지원 확대 필요

정부는 지난해 태릉선수촌에 해외 전지훈련 비용으로 23억573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국가대표 선수 909명이 훈련을 다녀왔다. 1인당 평균 훈련비로 환산하면 259만 원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선수촌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갈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는 숙박비와 각종 대여료가 비싸 어려움이 많다. 한정된 예산으로 가급적 많은 선수를 해외로 보내려다 보니 일정을 줄이거나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어 훈련 효과가 반감된다”고 말했다.

이용수 세종대(체육학) 교수는 “하루 체재비 100달러 남짓으로는 해외에서 선수 2명이 한 방을 써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전지훈련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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