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교수 모셔라” “지켜라” 대학-로펌 ‘로스쿨 신풍속’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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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과 정원 배분을 놓고 대학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가운데 유능한 법대 교수들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종전에는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지방대의 교수들을 빼내 갔지만 이제는 주요 대학 간에도 교수를 스카우트 하려는 분위기여서 대학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피 말리는 연쇄 이동=대학들이 로스쿨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법대 교수들의 지각 변동은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서울대가 이달 초 로스쿨 교수 ‘00’명 채용 공고를 낸 이후 일선 대학에 미친 영향은 훨씬 충격적이라는 것이 법대 학장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서울대는 특별 채용 형식을 통해 일반 지원자보다는 법학부 교수들이 추천한 인사를 주로 검증하고 있다.

호문혁 법대 학장은 “추천 인사 중 쟁쟁한 경력자만 꼽아도 100명이 훨씬 넘는다”면서 “다른 대학의 법대 교수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최종 합격자를 밝힐 예정이지만 이미 거물급 교수 5, 6명을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다른 법대 교수 영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이기적이라고 비판하는 대학도 있지만 국제 경쟁력이 있는 로스쿨을 만들려면 우수 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법학 교수의 인력풀이 워낙 빈약해 대학 간의 교수 스카우트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신사협정 논의까지=로스쿨 유치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중상위권 대학들은 경쟁 대학을 견제하기 위해 스카우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A대 법대 교수는 “경쟁 관계인 B대에서 우리 대학 교수 6, 7명을 접촉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우리 대학에서 교수를 대거 빼내가 로스쿨 심사에서 떨어뜨리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등 서울의 일부 법대 학장들이 최근 모임을 갖고 ‘다른 대학의 법대 교수를 무리하게 데려가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맺는 방안까지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이 교수를 스카우트하면서 교수의 연쇄 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방대는 로스쿨 준비를 위해 상반기에 뽑은 교수들이 갑자기 사표를 내고 수도권 대학으로 옮기는 바람에 허탈해 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C대 법대 학장은 “최근 교수 3명이 서울의 대학으로 옮긴다고 그만뒀다”면서 “큰 대학들이 뒤늦게 교수를 충원하는 바람에 지방대들은 애써 뽑은 교수들을 뺏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로펌도 이직 바람=교수 확보전이 대학만의 일은 아니다. 고액 연봉으로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대형 로펌 변호사 사이에서도 로스쿨 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로펌은 변호사들에게 ‘이직 협상이 진행 중인 경우 장기사건 수임에서 빠지라’, ‘이직 계획을 자진 신고하고 맡은 사건의 인수인계를 서두르라’고 통보했다는 것.

한 유명 세무전문 로펌에서는 ‘회사 명예를 생각해서 어느 대학 수준 이하의 학교로는 옮기지 말라’는 공지문을 띄우기도 했다.

최근 이직을 결정한 부장판사 출신의 한 로펌 변호사는 “돈은 좀 벌어도 업무량이 너무 많아 사생활이 거의 없다”며 “교수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재충전을 할 수 있어 대학에 관심을 갖는 변호사가 많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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