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의 법과 사회]대선후보 유고, 법적 대비 필요하다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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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5월 15일 실시한 제3대 대통령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 신익희 후보의 사망으로 이승만 후보는 무소속 조봉암 후보를 쉽게 물리쳤다. 1960년 3월 15일 제4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조병옥 후보가 사망함에 따라 이승만의 단독 후보로 선거가 실시됐다. 역사에 가정은 허용되지 않는다지만 야당 후보가 사망하지 않았든가, 야당 후보의 유고(有故)에 따라 선거를 연기했으면 다른 역사가 전개됐을지 모른다.

대선의 꽃은 역시 후보 자신이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100명이 넘는 인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한나라당은 4명의 경선후보가 완주한 끝에 후보를 확정했다. 민주신당은 9명의 후보가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4명의 후보가, 민주노동당은 3명의 후보가 경선에 임하고 있다.

당내 경선을 통과한 유력 후보에 대해서는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만약 제1야당 후보의 유고가 발생한다면 대선 정국은 정치적 공황상태에 빠져 든다. 특히 남북 분단의 특수 사정에서 극단적인 선거운동이 전개되는 대선 과정은 언제나 돌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유고란 궐위(闕位)와 사고(事故)를 포함한다. 즉, 사망 등으로 인해 직(職)이 비어 있는 경우와 탄핵소추나 건강악화 등으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장애 상태를 포괄한다. 대통령직과 관련된 유고는 현직 대통령의 유고,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유고, 대통령선거 당선자의 유고로 나눠 볼 수 있다.

우리 헌법은 현직 대통령의 유고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유고, 권한대행, 후임자 선거에 관한 규정이 논리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와 대선 당선자의 유고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대한 헌법적 흠결이자 공백이다. 대통령선거 및 대통령직의 중요성에 비춰 본다면 헌법 개정이 있을 때는 이에 관한 명확한 방침을 천명해야 한다.

한국과 같이 대통령직선제를 실시하는 프랑스에서는 헌법에 대선 후보의 유고에 관해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다. 정식 입후보 등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선거의 연기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서 결정한다. 즉, 대통령선거 입후보 등록 마감일 전 30일 이내에 입후보 결정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사람이 유고(사망 또는 장애)일 때에는 입후보 등록 마감일 전 7일 이내에 헌법위원회가 선거의 연기 여부를 결정한다.

법정 선거기간 중에 후보자의 유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연히 선거를 연기한다. 즉, 제1차 투표 전에 후보자가 유고일 때는 헌법위원회가 선거의 연기를 선언한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헌법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 것도 특징적이다.

이제 우리도 공직선거법에서라도 대통령선거 입후보자의 유고에 따른 선거 연기 등의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 첫째, 주요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된 이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진행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 본다면 적어도 대선 60일 전부터 후보자 유고에 대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선거 연기 여부를 특정 기관이 판단해야 한다. 입법 정책적으로는 헌법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는 헌법 개정 사항이다. 그렇다면 선거 총괄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핵심적 기준은 유력 후보인가 여부에 달려 있다.

두 번째로 대통령선거 입후보 등록 기간(선거일 24일 전)에 이르렀을 경우 즉, 법정 선거기간에 후보자가 유고인 경우에는 반드시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후보자의 유고가 사망이 아니라 장애 상태에 빠진 경우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장애 상태 여부와 선거 연기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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